▲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성희롱 진정건수는 2012년 228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증가한 가운데 올해는 8월 기준 149건이 발생했다. 상담은 진정건수보다 더 많다. 사진은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앞에 모인 전국여성노조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인권위 진정건수 증가… 年 200여건 발생
임금·언어소통 문제로 대처에 어려움 겪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직장상사가 여성 직원에게 일방적인 애정표시를 한 행위.’ ‘성희롱 당한 여성 직원이 노조에 사실을 알리자 회사가 해고한 행위.’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으로 판단한 사례 중 일부분이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연 1회 이상 이뤄지고 성희롱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되고 있으나 외국인 근로자나 이주여성 중에는 언어 소통 문제, 해고 우려 때문에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실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문제로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건수는 2012년 228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149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성희롱 문제로 상담을 받더라도 사건화하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 여성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아직 꺼리는 분위기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차별 사유별 상담사례에서 성희롱 상담은 764건(25.7%)이 이뤄졌으나 진정접수로 이어진 것은 241건에 불과하다. 이는 진정접수를 통해 조사가 이뤄질 경우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거나 사건조사로 인해 예상되는 심리적 부담이 원인인 것으로 인권위는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그 피해나 심적 부담이 더 크다. 이자스민 의원이 최근 외국인 근로자 성폭력 피해 보호법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성폭력 피해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이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 특히 여성 외국인 근로자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피해 예방, 피해자 보호제도, 신고 및 사건처리 절차 측면에서 구체적인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고립된 사업장 환경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성희롱 당하기가 쉽고 임금과 언어소통 등의 문제 때문에 사실을 묵인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게 이 의원의 말이다.

이재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도 “사업장에서 사장보다는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직장 구하기가 더 어렵다 보니 불이익을 당해도 쉽게 신고하지 못하고, 불쾌함을 드러낸다 해도 상대방이 약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성폭력이나 성희롱은 내국인 법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약한 조치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 같다”며 “현재는 본인이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주 노동자들의 피해 실태 조사를 통해 그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들이 표현과 대처에 서툴다는 것을 빌미로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특별 가중 처벌을 하는 등 강력하고 객관적인 법적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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