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제’란 말은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2001년 펴낸 책 ‘The 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그는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013년 2월 25일 공식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이 용어가 큰 주목을 받았다.

통일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창조해야 할 21세기 최고의 창조과제다. 그러나 창조통일에는 너무 장애가 많다. 그것은 군사분계선과 같은 물리적 장애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과 두려움이 통일달성의 제일 큰 장애물이다. 해방직후 우리 민족은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을 바치며,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을 바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당시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힘을 가진 사람도,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우리 민족은 분단이라는 새로운 역사적 장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은 어떤가? 돈도 많고 힘이 넘치고 지식 역시 창궐하지만 통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외치면 뭐하나. 국민은 요지부동이요, 북한은 집요하게 세습정권에 매어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점진적인 통일이 좋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통일회피론’이지 진정한 통일주창은 아닌 것이다. 통일은 시간이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친 결혼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청춘남녀가 만나 자식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결혼하는 것이지 노인들이 만나 잡담이나 나누자고 결혼하는 거 본적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이 미·중·일·러 주변 4강에게도 ‘대박’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지난 1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된 ‘남북통일이 주변 4강에 미치는 편익비용 분석’ 국제세미나 자리에서다. 이날 세미나에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 등 4개국 전문가들은 각국의 입장에서 다양한 한반도 통일의 시나리오에 따른 손익을 계산해 발표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대체로 한반도 통일을 통해 당사국인 남북 외에 중국이 가장 큰 경제·안보적 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일본은 ‘슈퍼 코리아’의 출현이 일본의 라이벌이 될 수 있다며 중국에 비해 일본이 얻는 경제적 효과가 적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①북한의 급격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 ②점진적 합의와 협력에 의한 평화통일 ③무력에 의한 통일 등 3가지 통일 시나리오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흡수통일’의 시나리오일 경우 북미 간 상품교역이 10년 후 최대 200억 달러까지 확대되는 등 최고의 결과를 내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점진적 평화 통일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등 법률문제 등으로 인해 상품교역 규모는 최대 5000만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통일시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경공업 제품, 주요 수입품은 자본재와 농식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놀랜드 부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통일 후 한국은 현재 19억 6300만 달러 수준의 상품교역량이 67.5배 증가해 1325억 달러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은 경제적 계산이 필요 없는 명약관화한 대박임에도 왜 우리 국민들은 통일이란 말만 나오면 전자계산기부터 두드리려 드는가. 그래서 창조통일론이 필요한 것이다. 창조적 발상은 무수하다. 문제는 그 발상을 억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먼저 5.24조치부터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여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 일단 문을 열고 북한을 요리하기 시작하면 그들도 통일 열차를 외면하기 어렵게 된다. 북한의 독재체제는 통일열차에 편승시키는 것으로 사라지게 만들어야지 물리적 힘으로 물리치려다 보면 분명 부작용이 생겨 서로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북한을 요리할 힘이 넘치고 또 넘친다. 아니 돈도, 지식도 넘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