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인근에 설치된 실버존. 2차선 도로에 노인보호구역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지만 대부분의 차량이 불법 주정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법주차에 과속까지… 말뿐인 노인교통사고 예방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실버존이 뭐예요? 처음 들어봤어요.”

12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구립영등포노인복지케어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권지훈(27, 남) 씨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기자에게 말했다. 4차선 도로 한쪽에 하얀색으로 ‘노인보호구역’이라고 적혀있지만 이곳을 지나면서 한 번도 주의 깊게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노인보호구역 표지판은 어디 설치돼 있느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실제로 표지판의 크기가 너무 작고 나무 사이에 가려져 있다 보니 시민들은 물론 운전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과속방지턱도 없어 녹색 신호에서 차들은 빠른 속도로 쌩쌩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무단 횡단하는 사람도 쉽게 발견되는 등 아찔한 상황이 계속 연출됐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인근의 실버존도 상황은 비슷했다. 2차선 도로에는 노인보호구역이라는 글자가 곳곳에 적혀 있지만 실버존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많았다.

주민 이철호 씨는 “운전자들도 이곳이 ‘실버존’인지 뭔지 잘 모른다”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치는 건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실버존은 노인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된 교통안전구역으로, 이 구간에서의 자동차 운행 속도는 시속 30㎞로 제한된다. 실버존은 노인복지시설 책임자가 지자체에 요청하면 설치된다. 하지만 실버존의 홍보 및 관리미흡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실버존이 전국에 1000여 개에 달하지만 노인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최근 5년간 노인 보행자 사고 현황(2012)’ 자료를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노인보호구역은 2008년 97개소였으나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에는 무려 1494개에 달했다.

그럼에도 노인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08년 2만 3012건에서 2009년 2만 5983건, 2010년 2만 5810건, 2011년 2만 6483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노인복지관 앞에 실버존이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인해 시민은 물론 운전자도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각 구청은 알림판 등을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실버존 홍보를 해야 하고,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는 이용시설 앞에도 실버존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보호시설물 설치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월 서울시는 노인보호구역과 어린이 스쿨존을 매년 확대하는 등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모든 유관기관과 관련 업체가 협업해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해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방위적인 대책을 통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여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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