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분노, 저주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하고 극단적이다. 마치 두 쪽으로 갈라져서 벌이고 있는 총성 없는 전쟁을 보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런 갈등과 대결을 관리하고 완화, 통합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이 부재하다. 한마디로 정치실종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종된 정치의 그 자리에는 피맺힌 절규와 분노, 절망과 체념의 눈물이 가득하다. 참으로 우울하고 참담한 현실이다.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끊어졌다

세월호 특별법이 지지부진하며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자 국민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은근히 기대했다. 할 말은 하겠다던 김무성 대표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보수정당의 ‘혁신’을 전면에 내걸지 않았던가. 그래서 강고한 여권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김 대표의 정치적 결단에 작은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착각이었다. 김무성 대표마저 야권과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을 외면했다. 아니 어쩌면 이완구 원내대표보다 더 강경한 입장이었다. 더욱이 박 대통령 옆에서는 맞장구까지 쳤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지만 난마처럼 얽힌 세월호 정국을 푸는 데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중요했다. 누가 뭐라 해도 한국정치의 중심에는 대통령의 자리가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이 강고하더라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협상 전략이 전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전향적, 포용적 입장변화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민망하게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리고 곧이어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귀를 의심할 정도의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그동안 대통령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던 원칙마저 깨버렸다. 박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며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2차 협상안이 마지막이라는 최후통첩까지 해버렸다. 한마디로 “협상은 끝났다”며 야권과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투항을 요구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잠시나마 어떤 희망, 또는 포용적인 리더십을 기대했던 것이 민망할 따름이다. 정치실종을 넘어 ‘정치파괴’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이제는 야권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답해야 한다. 투항을 할 것인가, 아니면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일 것인가.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투항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국은 다시 극한투쟁과 갈등으로 점철될 것이다. 정치실종을 넘어 정치파괴를 보면서 피눈물 흘리는 국민의 눈물과 절규가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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