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서울중부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위

 

서울 중구 등 4대문 도심권에는 유난히 노숙인이 많은 편이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에 급증했다고 한다. 정부 및 자치단체에서 노숙인을 지원하기 위해 종합지원센터, 일시보호시설 및 노숙인전담반 등을 운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이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노숙자들을 설득해 보호시설로 안내하려 한 적이 있었으나 그들은 한사코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편안하게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노숙인 중에는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면서 지내는 분도 있다. 하지만 요즘 공원 등지에서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며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 지역사회의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중부경찰서 관할에서만 올 6월에서 8월 사이 생활방해형 신고가 87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현실은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실제 공원에서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소연하는 분이 많다. 술을 먹고 아무 곳이나 드러눕거나 소란을 피워 가족이 공원을 찾기가 무섭다는 분도 있고,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뛰어놀게 하려고 자주 찾는데 그때마다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된다고 한다. 술에 취해 지나가는 사람에게 위협을 주는 경우, 주변식당에 들어가 무조건 돈을 달라면서 구걸하는 행위도 많이 일어난다. 그들이 왜 낮부터 술을 마시게 되는지 짐작해 본다. 인생의 좌절을 술로 달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다가 습관이 된 것이겠고, 하지만 이것이 법질서 위반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중부경찰서에서는 이러한 생활방해형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고 근린생활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노숙인 케어팀을 운영하고 있다. 노숙인에게 관심을 두고 생활방해형 사범에게는 계도, 단속을 하고 있다. 주민도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많이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주신다. 지역사회, 지자제, 경찰 등 모두 협력하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은 제도, 시설을 체계적으로 관리, 운영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해 당연히 단속대상이 된다는 인식이 공동체 의식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지역 주민은 공원은 내 집이라고 생각하며 깨끗하게 사용하고 좋은 환경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도깨비 방망이가 없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십시일반 모였을 때 서서히 나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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