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이 16일 국회 의장실을 방문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정기국회 전체 의사일정 진행을 직권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안건을 처리한 뒤 10월 1~20일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운영에 길을 터준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로부터 정기회 의사일정에 대한 여야 합의가 무산됐다는 결과를 전달받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 의장은 “이완구 위원장으로부터 운영위 회의 내용 및 결과를 전달받은 뒤 국회정상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국회법 제76조 제2항, 3항에 따라 정기회 의사일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산적한 민생현안을 눈앞에 두고 국회를 계속 공전시키는 것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으로 보아 국회 정기회 의사일정을 최종 결심했다”고 전했다.

의사일정안에 따르면 17일부터 상임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고, 26일 본회의, 29~3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23~28일 대정부질문, 10월 1일~20일 국정감사(20일간), 22일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23~28일 대정부질문, 31일 본회의 순으로 일정이 진행된다. 통상적으로 회기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경우 지도부 공백 상태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 사정을 고려해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정 의장의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법안 처리 촉구와 새누리당의 의사일정 진행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제활성화와 관련해 경제,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정기국회 파행 장기화와 관련해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독국회 운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야당과 정의화 국회의장의 결단을 거듭 압박했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여당 단독으로 소집한 운영위는 야당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회의가 됐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회의 불참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지만, 이날 회의는 사실상 정기국회를 여당 단독으로 운영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를 여당 단독으로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단독으로 했을 때에 오는 후유증이 걱정돼서 못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할 때가 됐다. 국민께서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국회 정상화 이전이라도 일하는 국회, 민생을 돌보는 국회를 위해 유연하고 지혜롭게 당 차원의 국회 상임위 활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국회 정상화 합의와는 별도로 여당 단독으로라도 국회 운영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군현 사무총장 역시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으로서 단독국회라도 열어서 민생법안을 처리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의 결정으로 새누리당의 단독국회가 현실화됐지만, 새정치연합이 끝까지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는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의장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한 5차례의 선례 중 1차례는 여야 합의를 한 뒤 형식상 문제였고, 그 외 4건은 10년 전 사례”라며 “(그 이후) 의장이 본회의 일정을 정해 안건을 상정한 사례는 날치기 통과, 직권상정을 제외하면 전례가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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