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정신세계를 연 동양의 유교와 물질세계로 세상을 이해한 서양의 자본주의가 한반도에서 충돌하고 있는 현장이다. 사상의 시장이 벌어진 곳이 한국이다. 한국은 거대한 사상의 실험장이며 시장이다. 우선 세계문명을 이끌어온 사상으로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이 있다.

동양사상은 정신에 중점을 둔 사상이고, 서양사상은 물질에 중심을 둔 사상이다. 우리 민족이 가진 사상은 정신에 기반을 둔 유학과 불교, 선교가 가진 사상이었다. 그리고 서양의 사상은 물질에 중심을 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다. 서로 많이 다른 사상이며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다.

생명은 두 개의 세계를 가지고 생존한다. 몸과 영혼이다. 몸은 물질이며 서구사상의 핵심인 물질의 사상으로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낳았다. 영혼은 정신세계로 동양사상의 중심을 이뤘다. 먼저 우리의 사상을 살펴보면 유불선(儒彿仙)으로 대표되는데 이는 종교면서 바로 사상이었다. 애초에 동양에서는 종교와 사상이 분리돼 있지 않았다.

먼저 유불선을 사상적인 측면으로 보면 유교는 인간이 인(仁)을 실천해서 군자가 되고 군자에서 한 단계 올라가면 성인이 된다. 인간의 각성과 성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교는 인간이 선(禪)과 교(敎)를 통해서 깨달으면 각자(覺者) 다시 말하면 부처가 된다. 선교는 인간이 도통하면 신선이 된다. 이것은 모두 유교와 마찬가지로 각성과 성찰을 통해 정신적인 고양과 진화를 말하고 있다.

반면 우리에게 들어온 서양의 사상은 물질에 대한 사상이다. 자본주의는 물질을, 경쟁을 통해서 강자가 독식할 수 있는 사상이다. 공산주의는 물질을 공동생산해서 공동분배한다. 사회주의는 물질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것을 사회적 공동체에서 관리할 것을 주장한다. 모두가 물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상이다.

이러한 서구문명이 동양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고 해일과 같은 기세로 동양을 쓸어버렸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의 사상은 뒷전으로 밀렸고 서양사상이 뒤덮었다. 지금 우리를 흔들고 있는 것은 서양의 사상인 물질의 사상이다. 서양사상 중에서도 우리를 크게 흔든 것은 자본주의다.

서양에서는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일란성 세쌍둥이라서 이들은 서로 충돌하고 견제하고 때론 화합하면서 서구사회를 유지시켜왔다. 우리에게는 그런 실험적인 기간이 없었다. 일란성 세쌍둥이가 동시에 들어와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남쪽에서는 자본주의를, 북쪽에서는 공산주의를 선택했다. 어떤 선택도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자명했다. 일란성 세쌍둥이는 함께 어울려야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상이었다. 하나만으로는 불구의 사상이었다. 솥이 세 발로 이뤄져 있듯 삼발이었다. 아쉽게도 한 가지만 선택해서 운영을 한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쪽은 자본주의를 선택한 결과 자본의 생산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자본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본의 독식을 통한 강자와 약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북쪽은 공산주의를 선택한 결과 나눔에 중점을 둬서 결국 생산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실패했다. 사실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함께 받아들여 서로 보완하는 모양을 가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회주의까지도 받아들여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형국이 됐어야 했다. 이들의 실험은 부작용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한 상황이 됐다. 자본주의 하나만으로 성장을 해서 분배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인 공동체와 분배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거기에다 우리의 전통사상인 정신의 사상을 회복시키면 돌파구를 마련할 새로운 형태의 사상을 한국인이 찾아낼 수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자살율과 불만이 많은 것은 물질로 세상을 보는, 그것도 자본의 분배가 강자 우선에 맞춰진 자본주의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정신사상 회복운동을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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