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성희롱 등 부당한 대우 받아도 내색 못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을 응대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에 대한 작업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정노동자를 전문가로 인정하는 등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감정노동자는 전국에 약 800만 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콜센터 직원, 백화점·마트 판매원, 간호사 등이 감정노동자로 꼽힌다.

이들의 경우 작업장 폭력이나 업무 평가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심할 경우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감정노동자들의 우울감은 다른 노동자들보다 4배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김인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감정노동실태와 건강영향,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을 숨기고 일함’ 항목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2주 연속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컸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3.4배, 여성은 3.9배 높았다.

1년간 자살을 생각한 비율도 남녀 각각 3.7배, 2.9배 높았다.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느끼는 경우도 남녀 각각 2.3배, 3.5배 높았다. 고객의 폭언·성희롱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겉으로 내색할 수 없는 근무 환경이라 보니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 녹색소비자연대와 감정노동전국협의회는 12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캠페인을 벌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와 관련, 지난해 민주당 한명숙 의원 등이 백화점 판매점, 카지노 딜러, 철도 객실 승무원 등 감정노동 직군 2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는 고객 응대 시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당했으며 81.1%는 욕설 등 폭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실시한 ‘감정노동종사자 건강실태조사(2013)’ 결과를 보면 이들은 최근 1년간 고객으로부터 ▲인격 무시(87.7%) ▲욕설 등 폭언(81.4%) ▲무리한 요구(80.8%) ▲신체적 위협(43.3%) ▲성희롱 및 신체접촉(29.9%) ▲폭행(11.6%)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이선용 한국소비자연맹 교육·홍보팀장은 “진상 고객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올바른 관계 형성에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사업주는 노동자의 친절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며 “특히 감정노동자를 전문가로 인정하는 등 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녹색소비자연대와 감정노동전국협의회는 12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7월 5일 서울 청계천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광주 울산 부산 인천 등에서 행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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