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존감’이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느낌을 말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매사에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어서 열심히 노력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한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여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며, 자신을 비하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의심하거나 무시한다. 아이의 자존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바로 부모의 양육 태도와 행동이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부모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이의 자존감은 올라간다. 부모의 긍정적인 반응이란 아이에 대해서 “잘 하고 있다” “맞다” “괜찮다” 등의 말과 함께 아이를 인정하거나 아이에게 관심을 주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지금부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대화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다. 이는 아이의 감정 상태 또는 의도를 알아채서 아이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아이가 지금 TV 만화를 보면서 재미있게 웃고 있다. 이때 부모는 “영수가 지금 재미있어서 기분이 좋구나”라고 말해준다. 또는 아이가 조금 전 친구와 다투고 난 후 씩씩거리고 있다. 부모는 “가희가 지금 기분이 좋지 않구나. 친구와 다투고 나서 화가 났지?”라고 말해준다. 이와 같은 대화법은 아이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 엄마가 나의 기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구나. 내가 기분이 좋은지 또는 나쁜지에 대해서 엄마는 잘 알고 싶어 한다. 엄마에게 나는 매우 소중한 사람이구나.’ 그러나 만일 아이에게 “넌 친구와 다투고 나서 뭘 잘 했다고 씩씩거리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이는 아이의 감정 표현을 억압함과 동시에 비난하고 있음이다. 사실 친구와 다투고 나서 짜증스런 기분 상태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둘째,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다. 이는 아이의 말과 행동을 가급적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비만 체형의 아이가 밥을 잘 먹는다. 부모는 “준석이가 밥을 잘 먹으니까 키가 크려고 하는 것 같아. 몸도 튼튼해질 거야. 그런데 체중이 너무 나가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음식을 조절하자”라고 말해준다. 반면에 부정적 해석을 하는 부모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이제 그만 먹어. 그렇게 먹다가는 더 살이 쪄서 진짜 비만이 되고 성인병에 걸려.” 이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말이다.

셋째, 칭찬하기다. 칭찬이 아이의 자존감을 올려준다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방을 청소했을 때 “네 스스로 청소하다니 다 컸구나! 잘 했다”와 같이 말해주자. 이유를 설명해주는 좋은 칭찬을 해 준다. 다만 “아이, 착하다!”와 같은 칭찬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칭찬이므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자율성(또는 선택권)을 주기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부모가 나를 믿고 있다는 느낌을 아이는 자연스레 가질 수 있다. 아이가 “엄마, 저 오늘 무슨 옷 입어요?”라고 물었을 때 “네가 마음에 드는 옷으로 골라서 입어 봐. 고르기 힘들면 엄마에게 보여준 후에 함께 결정하자”라고 대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의 주관적인 선호도를 인정해 줌으로써 보다 더 독립적인 개체로서 인정받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저기 안방의 첫 번째 서랍 속에 있는 파란 바지와 그 아래 서랍의 빨간 티셔츠를 입어”라는 식의 대답은 피해야 한다. 아이는 매사 엄마의 지시를 받음으로써 점차 의존적이 되어서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의존적인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있다.

또한 “아무 거나 입어. 넌 그런 것마저 엄마에게 하나하나 물어보니?”라는 대답도 삼가자. 아이를 비난함과 동시에 성가신 존재로 만드는 말이다. 아이는 부모의 관심 또는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껴서 화가 나거나 슬퍼질 것이다. 자, 이제부터 우리 아이 자존감 높이기에 부모가 말로 도와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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