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혹시 이런 관광 들어보셨는지. 북한이 나선특구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낚시관광’ 상품을 공개했다. 순수 물고기를 잡으러 그 먼 길을 갈 중국 관광객들은 많지 않겠지만 이 또한 패키지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제 북한이 내놓을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관광상품은 ‘묻지마 관광’ 하나 남은 셈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서울이나 대도시에 와서는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북한에 가서는 자신들의 과거를 반추하기 위해 관광길에 나선다.

관광산업은 일명 ‘굴뚝 없는 산업’이다. 우리가 이룩한 한강의 기적 뒤에는 관광산업이란 발 빠른 선택이 있었고 바로 그것을 잘 아는 북한도 오늘 ‘대동강의 기적’을 꿈꾸며 관광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결국 이제 우리와 북한은 얼마나 더 많은 중국인을 관광손님으로 모시느냐에 따라 새로운 경제가치 창출에 우열을 가리게 되는 순간 앞에 서 있다.

중국이 북한에 가 잔돈이나 뿌리는 정도라면 우리 한국에 대한 그들의 투자는 가히 ‘인해전술’이 아닌 ‘금해전술’을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 자본이 올 들어 7월 말까지 사들인 한국 주식은 1조 8900억 원 규모다. 전체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식의 54.7%다. 50%는 과반수다. 50을 넘게 가지면 주도권을 쥐게 된다. 한국 기업의 주가는 중국 자본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인이 현재 제주도에 소유한 땅의 공시지가를 합한 금액은 무려 5807억 원이다. 5년 전보다 넓이는 296배, 금액은 1452배 늘었다. 5억 원 이상 휴양시설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5년 후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2010년 도입된 후 일어난 일이다. 제주엔 요즘 몰려드는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에서 쓰는 비용도 무척 커졌다.

중국인 한 사람이 지난해 해외여행에서 쓴 평균 금액이 330만 원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의 987달러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늘어난 요우커(遊客)의 씀씀이는 한국의 관광수지 통계도 바꿔놓았다. 지난 7월 한국의 관광 수입은 16억 1590만 달러(약 1조 6500억 원)였다. 역대 최고다. 7월엔 한국인의 해외 관광도 사상 최대(18억 237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지 적자 규모는 13년 만에 최저로 되레 줄었다. 중국 관광객 덕분이다. 요우커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의 42%를 차지했다. 일본의 3배다.

숫자들이 보여주는 중국은 두 얼굴이다. 어떤 숫자는 우리 경제에 독이고 어떤 숫자는 약이다. 여기까지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게 하나 있다. 중국인·중국 자본의 규모다. 많아지면 달라진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뜨는 식이다. 중국인이, 중국 자본이 이 땅에 많아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최고 기업 순위가 바뀌고, 더 이상 중국 수출로 먹고 살 수 없는 시절이 올 것이며, 지금 북한의 어린 아이들이 그렇듯이 중국인이 던져주는 사탕을 과거 미국인의 초콜릿처럼 아이들이 받아먹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기업인은 몇 년 전 중국 경제의 약진이 두렵다며 이런 말을 했다. “한·중의 5000년 역사상 우리 세대가 중국인들에게 발마사지를 받고 산 최초이자 마지막 세대가 될지 모른다.” 그의 불길한 예언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중국인들이 북한에 많이 찾아 갈수록 북한의 경제회복은 빨라질 것이다. 일면 환영할 일이지만 통일은 그만큼 멀리 도망간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중국도 일본도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한국의 관광상품이 고급화 전략이라면 북한은 천연자원 활용이라는 단순한 것이다. 금강산 관광은 우리가 선점하고도 개점휴업 상태다. 5.24조치는 해제되어야 하며 금강산 관광은 하루라도 빨리 재개돼야 한다. 중국인들이 북한 땅으로 물밀듯 들어가는데 우리는 먼 산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