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이 활약한 월드시리즈·일본시리즈에만 열광

     

아무래도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제대로 일을 망친 것 같다.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2009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오는 7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과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벌어지지만 정작 일본 축구팬들의 관심은 야구에 가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일본인들의 관심이 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J리그 팀이 결승전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AFC는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를 재편하면서 결승전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처럼 홈 앤 어웨이 방식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단판 승부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일본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지난 2007년과 지난해 등 J리그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가져갔기 때문에 3년 연속 우승의 기쁨을 누리려던 일본축구협회의 ‘야망’은 물거품이 됐다. K리그처럼 지난해 J리그 정규리그 우승팀과 2, 3위팀인 가시마 앤틀러스, 가와사키 프론탈레, 나고야 그램퍼스와 일왕배 우승팀이자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감바 오사카 등 네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

가시마는 FC 서울과의 맞대결에서 승부차기에서 져 8강에 오르지도 못했고 ‘디펜딩 챔피언’ 감바 오사카는 같은 일본팀 가와사키에게 2-3으로 졌다. 또 하필 8강전에서 가와사키와 나고야가 맞붙는 바람에 4강전에서 나고야 한 팀 밖에 오르지 못했다. 게다가 나고야까지 준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알 이티하드에 2-6으로 참패하는 등 2연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일본 축구팬들의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때문에 AFC는 5만 8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국립경기장 관중석이 반도 차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걱정이 태산이다. 다만 포항을 응원하는 재일교포와 일본에 체류중이거나 응원을 오는 한국인들이 많이 와주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이에 비해 야구는 그야말로 극성이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5일(한국시간) 벌어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가 2점 홈런 등 홀로 6타점을 올리면서 7-3 승리를 이끌어 우승을 차지한 탓이다.

더구나 마쓰이가 동양인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지난달 도쿄 번화가 에비스에 생긴 메이저리그 까페 ‘MLB Cafe Tokyo’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또 지난 4일까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홋카이도 니폰햄 파이터스의 일본시리즈 4차전이 벌어진 가운데 양팀이 2승 2패로 맞서 있어 공교롭게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같은 날에 6차전이 벌어진다.

일본도 국내처럼 신종인플루엔자 공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야구에 쏠린 관심 때문에 K리그 팀과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의 대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주말 저녁시간을 비워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AFC와 일본축구협회가 이번 결승전 흥행을 위해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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