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공의휴(公儀休)

공의휴는 노나라의 학자였다. 그는 뛰어난 재주가 인정돼 노나라의 재상이 됐다. 그는 국법을 늘 중히 여기고 인간 세계의 이치에 따라 도리에 벗어난 일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노나라의 관리들은 자연적으로 부정을 저지르지 않게 됐다. 그가 제일 마음을 쓴 것은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가 백성들의 이익을 착취하지 않도록 하며 고급 관리가 뇌물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공의휴를 찾아 온 손님이 선물로 생선을 바쳤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그러자 그 손님이 이유를 물었다. “선생께서는 생선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고 일부러 가지고 왔습니다. 어째서 받아 주시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것이니까 받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재상의 몸입니다. 생선을 얻으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가지고 온 생선을 받고 괜한 의심을 사서 벼슬을 그만 둔다면 어디서든지 생선을 얻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집에서 가꾼 야채를 먹어보고 그 맛이 좋으면 뿌리째 뽑아 버렸다. 또한 집에서 짠 옷감이 좋으면 그 옷감을 짠 여인을 내보냈으며 그 틀까지 불태워 버렸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렇게 되면 다른 채소를 기르는 농부나 옷감을 짜는 여인이 가서 팔 곳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석서

석서는 초나라 소왕(기원전 515~488) 때의 재상으로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았으며 상대가 누구든 결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 날 그가 지방 시찰을 떠났을 때 도중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을 추적해서 체포해 보니 자신의 아버지였다. 그는 아버지를 풀어주고 돌아와서 자신이 옥에 갇혔다. 그는 관리를 시켜 왕에게 전갈을 올리도록 했다.

“살인범을 잡고 보니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에게 법을 집행한다면 불효가 됩니다. 또 법을 무시하고 죄인을 풀어 준 것은 법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어떤 쪽을 택하더라도 저의 죄는 중죄에 해당됩니다.”

석서의 전갈을 받은 소왕이 말했다.

“추적해서 범인을 잡지 못했다면 죄에 해당될 일이 없다. 어서 빨리 재상으로 복귀하기 바란다.”
그 말을 들은 석서가 대답했다.

“아버지에게 정이 없는 사람은 효자가 아닙니다. 나라의 법을 지키지 않는 자는 충신일 수 없습니다. 임금이 죄를 용서해 주시는 것은 군주로서의 은혜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사형을 받고 죽는 것은 신하로서의 직무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석서는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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