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문화칼럼니스트

방송가의 막장, 막말, 조작 바이러스가 심각하다. 마치 두더쥐 잡기 게임처럼 아무리 때려도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이 바이러스들은 내성이 하도 강해 웬만한 처방으로는 약발도 먹히지 않는다. 시청률 경쟁 탓이다.

이해하기 힘든 가족사, 기괴한 갈등과 복수, 끊임없는 악다구니와 패악적인 대사들로 뒤범벅이 된, 그래서 ‘막장’ 이란 수식어를 달게 된 드라마 이야기는 이제 생선 가게의 생선 냄새처럼 으레 그런가 보다 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어떤 인물이 이미 죽고 없어진 시점인데도 멀쩡히 살아나 사랑을 하고 난을 일으키고, 배신하고 복수하고 그래서 ‘저건 뭐야’ 하고 역사책을 들춰보는 일도 귀찮아진 지 오래다. 어린 자식이 눈을 반짝이며 뭘 물어 보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자. 저건 그냥 드라마야. 역사가 아니라고!”라며 오금을 콱 박고 가는 수밖에.

떼로 몰려 나와 “나도 입이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덤벼드는 오락 프로들 역시 ‘비호감’ 천지다. 웬만한 ‘구라’로는 비웃음만 살 뿐, ‘독하지 않으면’ 바로 퇴출되기에 더 ‘독하고 독한’ 것들을 내놓을 요량이 없으면, 예능 프로 나들이는 아예 생각을 말아야 한다.

공직자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까지 살다 온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에 대한 일부 방송의 태도도 적절치 못했다. 허 총재는 TV 프로에서, 함께 출연한 사람의 몸 어디가 좋지 않다며 자신의 눈빛으로 치료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하루 세 번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는다는 황당한 말도 했다. 심지어 축지법으로 방송국에 도착했으며 한 살 때부터 유체이탈을 했다고도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이런 터무니없는 그의 주장들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프로를 내보낼 때는 의도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속셈은 뻔하다. 재미있을 것이며, 그래서 시청률도 오를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 예능 프로에서 낚시질한 장면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잠수부가 이미 잡은 물고기를 물 속에서 낚시 바늘에 꿰어주었고 남자 연예인은 실제 자신이 낚은 것처럼 ‘쇼’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물고기를 회로 뜨지 않고 매운탕으로 끓여 먹은 것으로 봐서 낚시로 막 잡아 올린 게 아니라 이미 시들해진 물고기가 틀림없다는 말도 나왔다. 회로 먹든 매운탕으로 먹든 그거야 잡은 사람 마음이고, 그래서 별 우스운 얘기도 다 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얼마나 못 믿으면 저러나 하는 이들도 많았다.

‘물고기 사태’는 현재 우리의 양치기 소년 이야기다.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TV 속 흠결들을 귀신처럼 찾아낸다. 일본 방송에서 이미 방영된 ‘시간단축 생활가이드 5분 출근법’이란 프로를 그대로 베껴 우리 안방에 풀었다가 망신을 당한 일은 방송가의 숱한 양치기 소년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다.

여론이 들끓어서인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막장 드라마와 막말 오락 프로에 대해 중점 심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까지 계속하겠다는데, 출연자 개인별 위반 횟수와 구체적 사례까지 발표해 방송 언어 파괴를 인기의 발판으로 삼는 연예인에게 경종을 울리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막말 하는 연예인을 퇴출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옳다며 맞장구를 친 사람들도 많았지만, ‘완전 어이없다’란 반응도 나왔다. ‘막장’ ‘막말’의 원조는 사실 그 쪽 동네 이야기 아니던가.

해서 ‘친절한 금자 씨’한테 물어보았다.
금자 씨 왈,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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