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화폐경제연구소 박용권 대표ⓒ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0살짜리 꼬마가 본 한 편의 영화는 아이에게 꿈만 같았다. 시간이 흘러 그 꿈만 같던 영화는 현실이 됐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코인앨범을 건네주는 영화 속 한 장면에 깊은 감동을 받았던 아이는 지금 동국화폐경제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박용권 동국화폐경제연구소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며 “그때 그 영화가 아니었다면 화폐를 수집할 생각은 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학생 때였어요. 화폐를 수집하기 위해 섬에 들어갔었는데 폭풍이 치는 바람에 이틀 동안 갇혔던 적도 있어요. 당시 20만 원 정도 주고 구입했으니 꽤 큰돈이었죠. 지금은 화폐 가치가 한 200만 원 정도 돼요.”

박 대표는 어릴 적 새로 발행돼 반짝반짝 빛나던 동전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았다고 한다. 그 매력에 흠뻑 취해 지금까지 40여 년간 4000여 점의 화폐를 모을 수 있었다.

“화폐수집이라고 해서 아무 것이나 모으는 것은 아니에요. 출처를 알기 위해 역사서를 뒤적이면서 연대를 확인하고 얼마만큼의 희소가치가 있는지도 확인하죠. 그러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시대별로 변화해가는 주화 속에서도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죠. 그런 점에서 화폐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인 것입니다.”

그가 시간과 자비를 들여가며 순회 전시회를 여는 것도 화폐도 곧 하나의 문화유산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수집품 중 150여 개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이 없다. 각각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곁들였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화폐도 과연 하나의 역사이자 문화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화폐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2007년 4월 송정2동사무소에서 시작된 전시회는 지난 1일 인천문학경기장역 전시회까지 무려 114회나 된다. 인천문학경기장역 전시회는 9월 1일부터 10월 2일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 진행된다.

박 대표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오게 되면, 북한의 화폐가 어떻게 변화를 거듭해왔는지 보여주고 싶단다. 전시회를 많이 열다보니 잊지 못할 경험도 많다.

“한 번은 일흔이 넘은 어르신 한 분이 오시더니, 조선은행에서 발행한 1원짜리 지폐를 바라보시면서 한없이 우시는 거예요. 지폐 한 장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읽으신 거죠. 이런 게 바로 역사이고 문화가 아니겠습니까.”

시청역에서 전시할 때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전시된 액자 속에 있던 5만 원 연결권과 1만 원 연결권이 칼로 잘려 도난당한 일도 있었다.

한편 화폐 전시회에는 주대(周代) 사용한 담수패화(淡水貝貨), 조개 동제(銅製), 동으로 만든 의비전, 사람 코형상, 춘추시대(春秋時代), 방족포(方足布-사람의 형상), 원수도(圓首刀-칼끝이 둥근모양) 등을 비롯해 시대별로 고려시대 동국중보 원보(東國重寶 元寶), 해동중보(海東重寶 元寶), 삼한중보 원보(三韓重寶 元寶), 7종, 조선시대 조선통보(조선 첫 번째 화폐), 상평통보(조선 초기 화폐), 주전소(화폐를 만드는 곳)별 화폐 400여 개, 대한제국시대 20점, 조선은행권과 한국은행 40여 점, 북한 화폐 40점, 300여 개국의 세계 화폐들이 전시돼 있다.

이 밖에 체험행사 코너가 있어 상평통보와 해마 등의 실물 만져보기, 건원중보 및 조선통보, 세종대왕 화폐, 흥선대원군 화폐 등의 탁본뜨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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