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균 화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홍수정 기자] 뜨거운 여름의 강렬한 태양과 그 태양만큼 우리의 마음속에 역사를 되새기게 한 광복절의 8월.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평화가 있는 골목 벽화 그리기’를 총기획한 박영균(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화가를 우리시대 리얼리즘전 ‘나는 우리다’가 열린 경희궁미술관에서 만났다.

-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대한문 꽃밭에서’는 어떤 것인가.

여러 사건들이 레이어 되고 살면서 만나는 것이 쌓여서 완성된 작품이다.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꽃밭이 생기면서 분향소는 철거되고 많은 전경이 그 꽃밭을 지키고 있는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갈 때마다 꽃이 변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지난 4월부터 노란리본 달린 것을 보고 또 추가로 그려 넣었다. 공지영 작가의 책 ‘의자놀이’에서 영감을 얻은 플라스틱 의자는 직업을 상징한다. 1회용 의자에서 좋은 의자로 차지하고 싶고 오르고 싶은 저마다 욕망은 다르겠지만 그 욕망을 표현했다. 알고 보면 화가도 비정규직이다. 원래 제목은 ‘플라스틱 의자가 보이는 풍경’이었는데 바꿨다.

- 역사와 사회문제, 나아가 평화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로맨시스트다. 미술은 난해한 편집이 많은데 서정적인 것이 너무 세면 지루해진다. 예전에는 서정적인 작품을 많이 했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사회 문제적 작품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예술은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싼 것들의 표현인데 생업을 포기하고 광장에 모이는 사람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

- 개인전보다 단체전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상업화랑에서 부르지도 않지만 가고 싶지도 않다. 전·현 정부 들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에 대해 많이 배웠다. 공공 미술관 단체전에서 많이 부르고 많이 전시한다. 주류 미술계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건 서로의 입장 차이겠지. 개인전을 한다면 ‘난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로 하고 싶다(웃음). 매 삶마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 재밌을 것 같다.
 

▲ 박영균 화가의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 2010년 10회 개인전 후 작품에 변화가 있나. 인형을 많이 사용했던데.

인형은 하나씩 보면 의미가 있고 숨겨진 코드가 있었다. 이 세상에 순수하고 예쁘기만 할 것 같은 인형도 남성 위주이고 성적이다. 순수한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조차 남성 위주 이미지가 숨어 있는 걸 발견했다. 또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이 좋아서 사용했는데 지금은 그런 분명한 선보다는 수채화처럼 흐르는 느낌이 좋다. 바람도 들어가고. 지금 현재 내 고민은 바로 ‘연결’이다. 사람과의 관계 또 사물과 사물 사이에도 뭔가 흐르고 연결된 느낌이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있는 거 같고 그래서 그걸 표현하고 싶다.

-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와 조선의 소녀들을 주제로 한 리얼리즘전에 출품한 ‘소녀와 카우보이’ ‘카우보이 인형이 있는 사진’이란 작품도 있던데 거기에 등장하는 카우보이는 무엇인가.

카우보이는 내가 새로운 곳에 간다거나 할 때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인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모든 기준이 미국 중심인 것 같아 조롱하고 싶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묘한 장소에서 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소녀상과 함께 있는 카우보이도 일본이 물러간 자리에 양공주가 생겼던 것처럼 말이다.

- 작품 ‘노랑선 위에 서다’에서 한 손에는 붓을, 다른 손에는 촛불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자화상 같던데 본인의 작품 방향과 정체성인가.

억지로 촌스럽게 대놓고 그렸다(웃음). 자화상은 힘든 시기에 많이 그린 거 같다. 2002년까지 매년 그렸고 작년에 오랜 만에 그린 작품이다.

- 작품의 크기가 큰 만큼 여러 현장에서 작가의 작업실까지 이어지고 오버랩된다고 느꼈는데.

현장에 가서 함께 작업하는 행동주의 미술도 좋지만 작업실에서 혼자 구상하는 개인 작업을 더 좋아한다. 내 작업실까지 이어지는 그림은 현장에 가지 않고 사이버공간에서 떠도는 이미지를 모아서 현장과 내 공간을 연결한 것을 표현한 실험적인 방법이다. 사람들이 보내온 여러 이미지를 작업실에서 조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이 단어 나열처럼 보여선 안 된다. 그래서 내용과 형식의 비율이 3대 7이 되길 바란다.

- 작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형상의 ‘에너지’들이 보여서 그 에너지를 이용해 이미지들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주제나 사건에 맞는 연결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모두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붓질이 그렇게 되고 있고 재미도 있고.

- 향후 계획은.

창작이나 영감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듯 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끊임없는 노력과 탐구로 이뤄지는 ‘삶의 기술’이다. 그 기술을 숙지한다면 진심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지키다보면 변화될 수도 있지 않겠나. 또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기술이 예술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각자의 기술이 풍요로울수록 좋겠다. 앞으로도 사람도 만나고 작업하고 하면서 개인전 준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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