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서있다.
전신마비 이긴 신경과 교수의 투병일기

국내 최고 신경과 의사가 환자가 되어 모든 고통을 직접 겪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범석 교수가 주인공이 됐다. 파킨슨병과 이상운동질환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던 그가 2004년 6월, 즐겨 오르던 남한산성 정상에서 원인 모를 졸도로 쓰러져 전신마비가 된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비 증세와 더딘 회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그 결과에 따른 우울한 통계까지도.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오직 “알고 있는 모든 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이 구덩이에서 빠져나가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뿐이었다.

전 교수는 불행 앞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거나 감상에 젖지 않았다. 오히려 냉철한 이성과 지식으로 스스로를 진단하며 상황을 역전시켜 나갔다. 자신을 짐승에 비유할 만큼 무서운 집념과 생존본능으로 끊임없이 분석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몸부림을 쳐댔다. 그리고 마침내 두 발로 일어섰다.

전 교수는 결국 익숙하고도 낯선 그의 자리, ‘신경과 의사’로 돌아왔고 불의의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이후부터 재기하기까지의 치료와 재활 과정을 담아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이 달콤한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도 진행 중인 투병의 기록이며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글이라는 것. 또 고난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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