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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한다’ 72.65%로 증가 추세… 반대 22.2%
공공장소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부 부모 때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1개월 된 딸을 둔 A(31, 여)씨는 지난달 3일 유모차를 끌고 서울시 자양동 광진구에 있는 한 식당에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식당 사장은 “유모차를 끌고 왔으니 이 가게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 나가라”며 짜증을 냈다. 식당에는 아이의 출입이 불가하다는 어떠한 문구도 없었다. A씨는 “차라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좋게 말했다면 얼마든지 이해했을 텐데 앞뒤 사정없이 퉁명스럽게 말해 기분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영유아의 입장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최근 발생한 유명 커피숍 어린이 화상 사건으로 노 키즈 존에 대한 찬성 여론이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카페 ‘맘스홀릭베이비’는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카페 회원 3525명을 대상으로 노 키즈 존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한다’가 72.65%(2561표)로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2.2%(783표), 기타는 5%(181표) 순으로 나왔다.

한 아이의 엄마임에도 노 키즈 존을 찬성하는 이유는 ‘내 아이가 우선이다’ ‘내 아이 기죽이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둔다’며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부모 때문이다. 또 아이의 오물이 든 기저귀를 식당, 카페 등 공공장소에 아무렇게나 버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경북 경산시 서상동에서 노 키즈 존으로 카페를 운영 중인 카페벙커 본점 김종길 대표는 “전 연령층을 수용해 운영할 당시 아이들이 넘어지면서 화분을 깨는 등 사고가 있었다”며 “안전사고보다 20~30대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방치하는 행동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매장의 격을 올리고 싶었는데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를 받는 고객이 격 있는 마인드를 가지지 않았었기에 부득이 노 키즈 존으로 운영하게 됐다”며 “지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두려움도 있었고, 불미스러운 일(아이 아빠에게 멱살잡이)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업체들이 부러워하며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는 속상하기만 하다. 6살, 2살 아이를 둔 이정옥(39, 여, 경기 파주시 와동동) 씨는 “노 키즈 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아이들의 부주의에 인한 사고는 집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서로 이해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 같다”고 한탄했다.

아이가 없는 일반인도 노 키즈 존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별(24, 여,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씨는 “어떤 이유에서도 노 키즈 존은 안 좋은 것 같다”며 “아이도 사람인데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 키즈 존의 확산에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정(교육과학기술부 학부모지원과) 학부모교육 전문강사는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을 정해서 부모가 아이를 통제해야 할 것”이라며 “허용할 점과 단호하게 할 부분을 정확하게 구분해 알려주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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