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반군 이슬람국가(IS)의 라카 미디어 센터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공개한 사진으로 복면을 쓴 IS 단원들이 라카주(州) 타브카 공군기지에서 자신들 앞에 무릎 꿇린 남성 7명을 총살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각국에서 지하디스트 본국 귀환… 풍족한 자금 운영
유엔 “민간인 대상 잔혹 행위 ‘전쟁범죄’… 책임져야”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1일(현지시각)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동북부에서 자행하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잔혹 행위에 대해 전쟁범죄이며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탄했다.

인권이사회는 또 “이라크가 ‘테러리스트 괴물’에 직면해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이라크를 돕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플라비아 판시에리 부대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이뤄지는 IS의 잔혹 행위로 어린이와 다양한 소수민족, 소수 종교인이 겪는 고통을 우려한다”면서 “민간인에 대한 이런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공격은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이며 이런 행위를 한 사람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슬람국가(IS)’의 잔혹 행위를 조사할 대표단을 긴급 파견해 구체적 증거와 보고서를 내년 3월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잔혹 행위 유형으로 불법적 민간인 살해, 강제 개종, 소수 종교자에 대한 박해와 폭력,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강제 결혼, 유괴, 언론인에 대한 공격, 비무장 이라크 군인과 종교인들의 대규모 처형 등을 지적하면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테러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IS는 그간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소수 종교자에 대한 박해 등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샀다. IS는 지난 7월 4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 위치한 니네베(성경의 니느웨) 지역의 요나의 무덤을 파헤치고 11개 교회에 불을 지르는 등 이라크 기독교인들과 충돌해왔다. 이라크 가톨릭 지도자들은 이번 폭력 사태로 크리스천과 무슬림 간의 오랜 평화가 깨지고, 2000년간 이어져 온 이라크 기독교 역사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세력 커지는 IS, 국제사회에 위협

“트위터나 유튜브를 활용한 선전전이 살상무기보다 더 위협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슬람 수니파 반군 무장단체 IS의 선전·심리전을 경계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IS는 수십 개의 트위터 계정에서 7개 언어로 각종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한편 전투 사진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NYT는 “SNS를 활용한 참전 권유 영상을 보고 100명의 미국인을 포함한 2000여 명의 서구인이 IS에 가담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IS가 참수 등 잔혹한 영상을 뿌리면서 미국인에게 확전하면 전방위적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고 짚었다.

IS는 지난달 24일 150여 명, 28일에는 250여 명의 시리아 정부군 포로를 잔혹하게 사살하고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19일에는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며 미국인 기자 제임스 라이트 폴리를 참수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은 즉각 IS를 공습하겠다고 나섰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단독 공습으로 적을 격퇴하기 어렵다.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연합이 있어야 이슬람국가라는 암 덩어리가 다른 나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지난달 29일 주사우디 미국대사를 비롯한 신임 대사들과 만나 “우리가 무시한다면 그들(이슬람국가)은 유럽은 한 달 안에, 미국은 그 다음 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는 자국 내 테러 위험 수준을 기존의 ‘현저함’에서 한 단계 높은 ‘심각’ 등급으로 높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에 가담했던 자국출신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본국 귀환이 늘어나고 있다.

1일 CNN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리아에 입국한 외국인 지하디스트 수는 1만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에서 가장 많이 입국한 가운데, 유럽 국가들도 IS 조직원 다배출국 명단에 포진했다.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 등의 유럽국 출신 지하디스트들이 상당수 시리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자 아시아판 사설을 통해 “IS가 아태 지역의 무슬림 사회에서 조직원 모집을 강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테러단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IS는 자급자족 경제를 운영해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테러단체 중 하나가 됐다. 시리아 라카에서 이라크 모술에 이르기까지 최소 800만 명에 이르는 지역민에게서 사업체 및 농가 대상 조공, 대중교통 수수료, 기독교인 등 소수 종교인 대상 ‘보호세’ 등의 명목으로 ‘강탈 시스템’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장악한 지역에서 석유와 밀, 고대 유물 판매를 장악해 엄청난 규모의 합법적 암시장을 탄생시켰다.

서구 관리들은 최근 납치 사례에서 IS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인질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석방된 인질 수가 적어 몸값 수입은 지역 경제에서 나오는 수입에 비해 훨씬 의존도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1일 미국 USA투데이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0~24일 성인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안보에 주된 위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71%)’이 1위, ‘시리아‧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세력 IS(67%)’가 2위에 올랐다. 9개월 전과 비교해 IS가 답변에 새롭게 등장했다.

미군은 지난달 8일부터 이라크 IS를 공습해왔다. 공습이 100회를 넘어선 가운데 이를 위해 1억 달러(약 1014억 원)가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번 IS와의 전쟁비용은 최대 연간 150억 달러(15조 21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