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긴급 기자회견 열어 “거취 포함해 모두 이사회에 맡기겠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사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1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전산기 교체 과정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또 주전산기 교체 관련해 사외이사들과 빠른 시일 내에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간담회 전 사외이사 한 분과 만나 이사회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며 “거취 포함해 모든 것을 이사회에 일임하겠다는 말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것을 덮어놓고 넘어갈 생각은 아니었고, 주전산기 교체 관련해 모든 것이 규명되는 시점에 이사분들께 사과하고 거취를 물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또 “KB임직원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재신임을 물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원칙주의로 주전산기 교체 건으로 불거진 내부갈등 등 그간 사태를 악화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명백한 조작, 즉 안전성에 대한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이를 허용하도록 한 정황을 발견한 은행장으로서 어떤 판단을 하겠느냐”며 “세월호 사건이 왜 발생했나. 그 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자기 직을 걸고서라도 침몰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부 감사보고서를 보는 순간, 문제가 있는데 없는 것으로 보고한 것을 보는 순간 그 뒷감당을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남은 임기 2년 동안 조용히 넘어갈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주전산기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뒷감당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임 회장이 개입한 것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는 “(임 회장의 개입)이 변호사들이 제시한 고발장에 포함됐지만, 고발 과정에서 삭제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며 “제재심의위에서 소명한 게 맞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 표출로 국민은행의 브랜드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은행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고, 이것을 범죄라고 판단했다면 규명해야 한다고 본다”며 “‘왜 시끄럽게 하느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다급해서 ‘도둑이야’ 라고 소리치는데 시끄럽다고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IBM 측과의 관계에 대해선 “올 1월 IBM 대표와 만난 적은 있지만 15분 정도 얘기했을 뿐”이라며 “IBM 측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는 즉시 은행의 CIO, CISO 등 관련 임원들에게 ‘정식 제안이라고 보긴 어려우나,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며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어느 누구를 개인적으로 비난하거나 또 다른 일을 가지고 문제 삼은 적이 없다”며 “이번 일만 정리되고 나면 화합 못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합을 다지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던 템플스테이에서 불협화음이 흘러나온 데 대해선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돼 임원들에게 지적한 것은 맞다”면서도 “먼저 복귀한 이유는 잠자리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당초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징계 수위를 낮춘 부분에 대해선 “제재심에서 열심히 소명했고, 제 양심에 비춰 부끄러운 일도 없다”며 “그게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민은행 강남소재 지점에서 일부 자료가 유실된 데 대해선 “부주의에 의해, 기강이 바로 서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황당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