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 느끼기 어려워… 알바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

[천지일보= 김민아·김예슬·이혜림 기자] 외국인 관광객 1200만 명,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 명을 돌파한 우리나라도 이제 다양한 유형의 외국인을 포용할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은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또 하나의 ‘메신저’로 이들이 우리나라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 등에 비해 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 행사 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본지는 유학생이 한국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직접 만나 들어봤다.

 

◆“한국에서 우린 그냥 외국인”

코노 다미코(27, 여, 일본, 이화여대): 유예, 오늘 왜 모이자 고 한 거야?

유예(25, 여, 중국, 한양대 대학원): 응. 한국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3년 이상이 지났잖아. 지내오면서 한국 사회에서 느낀 점을 함께 나눠보자는 의미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어. 먼저,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소속감을 느꼈는지 말해보자.

마이황완(30, 여, 베트남,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졸업): 난 한국사회에 소속감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 유학생은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지. 아는 동생이 한국에 온 지 8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

아노징(24, 남, 몽골, 연세대 경영대학원):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친구도 많지 않았고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어려웠어. 특히 수강 신청하는 것도 잘 몰라서 학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지. 하지만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고 서울시 유학생 봉사활동 등 유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대한 소속감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어.

안나 마쪼네또(23, 여, 이탈리아, 고려대 국제학과): 난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지만 아직 한국에 많은 소속감을 느끼진 못해. 딱 봐도 외모가 외국인 같아서 그런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겉도는 느낌이 들어. 또 한국과 이탈리아는 인사하는 방식도 많이 다른 것 같아. 이탈리아에서는 볼에 뽀뽀하는 게 보통 인사법인데 한국에서 이탈리아 방식으로 인사했더니 레즈비언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어.

유예: 나도 안나와 생각이 같아. 소속감에 대한 점수가 10점 만점이라면 4점 정도야. 외국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해. 취직해도 그곳에서 일할 때 중국인으로 일하는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졌어. 또 한국의 예의․예절을 몰라 실수하는 경우가 많아.

코노 다미코: 일본도 예의․예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나는 힘들지는 않았어. 난 외국에 나와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회에 나가 봉사활동이나 과외 등을 찾아 하는 편이야. 하지만 친구 중에는 집에만 있거나 유학생끼리만 어울리는 부류가 있지. 솔직히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도와달라고 하기도, 도움을 받기도 어렵지만, 그러면 말도 잘 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없잖아. 참 아쉬운 부분이야.

데니소브 세르게이(22, 남, 러시아, 성균관대):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한국인과 친해지고 싶어서 술 약속을 계속 잡았던 기억이 나네. 한국에서는 상대방과 진짜 친해지려면 술자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술 문화’로 친구를 많이 사귀었어. 러시아에서는 처음 만나더라도 바로 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엔 한국의 술 문화에 적응이 안 됐던 게 사실이야. 지금도 적응이 된 건 아니지. 이제는 한국인 친구가 많아 술자리에 가지 않아. 하하하.

◆“사회활동 할 기회 드물어”

유예: 우리가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이나 이후에도 한국 사회와 지역에 기여할 수 있을까?

세르게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난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두 나라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 미래에 어디에 거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러시아로 가게 되더라도 한국 회사에 지원하거나 두 나라의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러시아에서 한국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본국에 가서 많이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커.

코노 다미코: 나도 세르게이와 생각이 같아. 충분히 많은 일이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기회가 많지는 않아. 지난해 서울시에서 주최한 다문화가정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이런 기회는 드물더라고. 또 1학년 때는 수업에 적응하느라고 여유가 없어.

안나: 나도 평생 한국에서 살 생각이야. 이탈리아에 돌아갈 생각은 없어. 이탈리아와 한국의 관계 증진을 위해 대사관에서 일하는 게 장래희망이야. 한국에서 유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

유예: 내 생각은 달라. 유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 통역이나 과외 정도?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제한된 부분이 많아. 그래서 할 수 있는 부분만 열심히 하려고 해.

마이황완 : 맞아. 유학생이 졸업한 후 자유롭게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한국에 남아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현재 유학생은 졸업 후 한국에서 직장을 구할 때 비자문제 때문에 직업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직장 업무가 전공과 맞지 않으면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든.

아노징: 지금은 몽골이 한국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미래에는 몽골이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 부분에서 몽골 유학생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 나 역시 한국에서 공부한 만큼 한국 사회에 어떤 모양으로든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유학생 참여하는 프로그램 필요”

 

유예: 그렇다면 ‘지구촌 시대’에 국경, 종교, 인종을 초월해 하나의 지구촌을 건설하기 위해 한국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노징: 서울시 유학생 봉사단 같은 프로그램처럼 사회적 활동을 통해 유학생이 한국 사회에 나갈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어. 그렇기 위해선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해.

마이황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또 더 많은 유학생이 한국생활을 체험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정부나 재단에서 장학금을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이대 대학원 장학생으로 한국에 왔지만, 유학 오고 싶어도 외국인 장학금이 많지 않아서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아. 또 한국에 유학생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이 사는 만큼 이제는 ‘다문화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유예: 유학생이 한국어를 저렴하거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생겨야 할 것 같아. 학생들은 높은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쉽게 배워. 언어가 되면 한국에서 취업할 기회도 생길 거야. 또 의료보험문제도 해결돼야 해. 한국 병원비가 굉장히 비싸서 유학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야. 유학생은 대부분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아.

세르게이: 나도 유학생을 위한 제도가 개선됐으면 해. 한국에 유학생이 많이 오는데 대학 생활에서부터 어려움을 많이 겪지. 한국인은 입학할 때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수강신청 방법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 같은데 외국인은 두 시간 정도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게 전부야.

코노 다미코: 나는 한국이 좀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 이 단어처럼 아직 한국 국민만의 자긍심이 대단해. 많이 개방되긴 했지만 좀 더 서로의 문화는 존중하면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안나: 나는 아무래도 이탈리아 사람이다 보니 한국과 이탈리아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더 많은 유학생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어. 이탈리아와 한국은 교류가 적고, 이탈리아 학생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장학금 혜택도 적은 편이야.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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