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로 본지 창간 5주년을 맞았다. 정보의 홍수기라 일컫는 21세기는 지식과 정보를 얻고 또 소통하는 도구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종이신문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그것은 과학문명의 발전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정적이라기보다는 동적인 흐름에 민감하고, 다채널을 통해 지구촌의 소식을 듣고 생활정보를 공유하며 각자 삶을 펼치는 데 있어 종이신문 자체가 지니고 있는 한계로 인해서다.

천지일보가 5년 전, 창간될 무렵 그해 초부터 미디어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신문 사정은 좋지 않았다. 160년의 역사를 가진 시카고 트리뷴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즈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내는 등 미국신문 대기업이 잇달아 파산 절차를 밟았다. 또 최대 부수를 자랑하던 뉴욕 타임즈가 악화일로에 있는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 감축, 비용 절감 등 수단을 강구했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신문 1면에 광고를 싣는 등 변화를 꾀하고 말았다.

2005년 한때 112만부라는 최고 기록을 보인 뉴욕 타임즈가 자존심을 버리고 1면에 광고를 실은 것에 대해 세계 언론들이 경악하면서 종이신문의 위기가 더 빨리 닥쳐올 수 있다는 점에 걱정했다. 그 당시만 해도 뉴욕 타임즈는 순수한 신문 구독료가 31%에 지나지 않는 입장에서 60%를 점하는 광고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바, 그와 같이 세계적으로 종이신문의 경영이 어려웠음은 우리나라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종이신문 구독률이 낮아지고, PC를 통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강세가 예상되며 기존의 거대 신문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9년 9월 1일 천지일보가 창간됐던 것이다. 그러니 본지를 보는 언론계와 일부 사람의 우려는 마땅했고, 과연 힘겨운 언론계의 바다 위를 뒤덮고 있는 이중삼중의 난관들을 헤치고 장기간 항행할 수 있을지 궁금하게 여겼다. 궁금했다기보다 본지에 대해 무모하게 여겼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지는 시작 때부터 수요층으로부터 질타를 받아온 기존 신문의 보수성과 관행적 아류를 허물기 위해 새로운 지향점의 사시(社是)를 밝혔다. 다름 아닌 중도 개혁 표방에 앞장서는 ‘의식을 깨우는 정론’, 정쟁(政爭)과 이념, 종단을 넘어 ‘화합·상생의 주춧돌’, 맞춤형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조적 그린미디어’, 문화적 자존을 일깨우는 ‘문화 강국의 지향에 기여’였으니, 독자들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좋은 신문으로의 지향이었다.

초창기부터 본지가 종이신문으로서 참신한 푯대를 올리고 언론계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좋은 신문이 되기 위해 인터넷신문 ‘뉴스천지’를 먼저 개통하고 준비 활동을 해왔다. 공식 창간 전에 사회 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터치하면서 칼럼 필진을 확보해 사회, 경제, 교육, 문화, 과학, 종교, 의학 등 칼럼을 시범 연재했고, ‘편집인칼럼(천지시론)’과 ‘최상현의 세상보기’ 등 맞춤형 칼럼 게재로 갈등 구조의 사회 병리를 치유하려는 참 언론의 길을 선택했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와중에서 후발 주자인 천지일보는 지난 5년간 세계 신문 시장과 수요층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독자와 함께하는 그린 미디어의 기치를 드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임직원들도 열정을 바쳐왔다. 기존 종이신문의 전통적 관행에서 벗어난 편집 방향, 인터넷상 뉴스 코너인 ‘천지TV’를 제작해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망라한 문화, 종교 섹션 등에서도 특화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참 신문의 가치를 추구한 세월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화와 갈등 구조가 고착되고, 불평등 심화를 보이고 있는 이때, 여러 갈등 요소를 해결하고 지역 간, 세대 간, 이념 간 통합과 화해를 이루게 하는 것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언론이 해야 할 막중한 사명임을 자각한다. 그러기에 본지는 언론의 기본 기능이자 신문이 지녀야 할 정도(正道)인 정론직필(正論直筆)을 고수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확장에 앞장서고, 공익을 수반하는 공공재로서 천지일보와 뉴스천지의 참 가치를 꿋꿋이 입증시켜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이룩해낸 빛나는 전통들, 불의에 항거하며 진실을 사수해낸 기존 신문의 위업들을 지지하는 본지는 앞으로도 취재와 칼럼 등 보도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창조적 그린미디어, 화합·상생의 주춧돌이자 의식 있는 정론지로서 올곧음을 견지하겠다. 색깔론을 배제하고 특정 세력을 비호하는 일 없이 공명정대함으로 국민과 동반자의 길을 걷겠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 민주주의의 신장과 사회갈등 해소를 통한 국민 이익을 구가하는 대변지로서 부단히 노력할 터에, 정의를 곧추세우되 겸손하면서도 치열한 열정의 필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일, 독자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것이 본지의 작은 꿈이다. 그러나 강한 꿈이자 굳은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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