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딸, 유민이를 잃고 아빠 김영오 씨는 단식 46일째가 돼서야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 중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서도 그는 여전히 단식을 강행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더해서 46일째 단식을 강행했다니, 김영오 씨의 그 피눈물 나는 심정과 절박한 호소를 우리는 정말 제대로 듣고는 있는 걸까. 그의 바짝 마른 모습과 초점을 잃은 듯한 눈망울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세월호 참사 때는 함께 눈물을 훔치다가 금세 그 비극을 잊어버리는 우리는 망각병 환자다. 이젠 세월호 얘기만 들어도 지겹다는 우리는 몽매한 백성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 비극의 뿌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막말 쏟아지는 SNS, 우리 현주소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돕고 있는 원재민 변호사가 27일, 단식 45일째로 접어든 상태에서 인터넷과 SNS 등에서 쏟아지는 각종 험담과 비방에도 시달리는 ‘유민아빠’ 김영오 씨에 대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막 가슴을 쥔다”고 전했다. 도대체 단식 중인 김영오 씨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험담과 비방은 무엇일까. 이미 알려져 있듯이 김영오 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온갖 루머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었다. 거기에 유민이 외삼촌의 글까지 더해져서 근거 없는 온갖 루머와 억측들이 단식 중인 김영오 씨를 옥죈 것이다. 오죽했으면 생활비를 보낸 통장 사본까지 공개했을까. 딸을 가슴에 묻은 김영오 씨를 두 번 죽이는 이런 패륜적인 언행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저급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 이것이 바로 민낯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패륜적인 막말들이 쏟아지는 현상을 정치사회적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정치사회가 빚어낸 진영싸움의 사회적 담론 가운데 ‘가장 악질적인 수준’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는 어떤 논리나 합리적인 설득 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놓고 상대방을 향해 막말과 저주, 악담이 무차별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이다. 그 곳에는 도덕이나 상식, 정의 같은 고상한 가치는 그다지 필요치 않다. 욕설과 패륜적인 언사,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나 그렇듯이 가장 악질적인 종양은 칼로 도려내야 한다. 비록 정치사회의 왜곡된 구조가 시민사회의 사회적 담론까지 저급하고 악질적으로 재생산시켜내고 있지만, 그 책임은 시민 각자의 몫이다. 따라서 당연히 법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침 김영오 씨도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말 그대로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들은 건강한 사회를 망치는 암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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