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수정 추기경.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 추기경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유족들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단식기도 중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입장과 대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26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문제의 해법을 묻는 말에 “아픔을 해결할 때 누가 그 아픔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이 누구의 정의를 이뤄주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다면서도 자기가 그걸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없다 그런 말이 아니라 그런 데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수님도 난처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정치적 얘기는 안 하시고 ‘하느님 것은 하느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고 말씀하셨을 뿐”이라며 “정치적 논리에는 빠져들지 않고 싶다”고도 했다.

지난 14∼18일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염 추기경은 이어 “진심들이 서로 통하고 가족들도 이해받고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교황님께서 그렇게 해 주셨는데 (현재 나타나는) 구체적 행위는 서로 다른 거 같아 안타깝다. 가족들이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어느 선에서는 양보해야 서로 뜻이 합쳐진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천주교 차원에서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노숙하며 무기한 단식기도를 벌이고 있는 천주교 사제들은 염 추기경의 발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문을 뒤엎는 폭력적인 요구”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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