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사는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이다. 종교인이 자신이 믿는 신의 뜻 대로만 행한다면 지구촌에 전쟁은 사라질 것이다. 본지가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KAICIID 포럼과 Religions for Peace 포럼에서 각국 종교지도자에게 자신이 속한 종교의 본질에 관해 물었을 때 모두가‘ 모든 종교가 모양만 다를 뿐 같은 신을 믿으며, 신의 뜻은 평화’라고 입을 모았다. 많은 종교지도자가 인정하는 것처럼 창조주는 하나이나 인간이 각기 다른 모양과 신념으로 신을 믿음으로 인해 인류는 끝없이 전쟁을 치러왔다. 교전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도 그 근본원인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전쟁의 명분이 돼버린 종교지만, 종교인이 그 본질을 좇아 하나 된다면 종교는 평화의 답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진행형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물론 근현대 전쟁사를 통해 전쟁의 폐해를 살펴본다. 더불어‘ 종교’가 평화의 답이 된 실질적 사례를 통해 인류가 꿈꿔온 세계평화와 전쟁종식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창간 5주년 특별기획-전쟁과 평화, 종교가 답이다] ④전쟁의 참상

통쾌한‘승전(勝戰)’ 역사 담은‘명량’
일본군-조선수군 잔혹한 전쟁 표현
병사 ‘공포·두려움’ 심리표현 극대화

제1·2차 세계대전 피해 집계 불가능
독일·소련 당시 인구 10분의 1 희생
분쟁‘끝’ 평화‘시작’ 필리핀서 찾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 ‘명량’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너무도 유명한 한국사 속 한 전쟁을 다룬 내용이지만 관객들은 그 익숙한 내용에 열광했다. 특히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치열한 해상 전투 장면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봉 26일째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영화 최다 관객수 기록을 경신했다. ‘명량’의 인기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북미 대륙에서도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누적 118만 6350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며 역대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달성했다.

‘전쟁’은 영화의 소재로 줄곧 활용돼왔다. ‘명량’도 당사자들에게 끔찍한 상처를 안긴 참혹한 전쟁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았다. 일본군은 조선인의 머리와 코, 귀를 잘라 배에 실어 보내거나 어린 아이들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는 조선 수군들의 ‘두려움’에 대한 심리표현을 극대화했다. 영화가 당시 전쟁의 참상을 전부 묘사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러나 수군들이 갖는 두려움과 공포를 관객에게 전이시키기엔 충분한 표현이었다.

◆‘제1·2차 세계대전’ 피해 추측도 어려워

영화는 단적인 장면일 뿐, 실제 전쟁이 인류에 준 피해는 더 막대했다. 30여 개 국가에서 약 15억 명 인구가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제1차 세계대전은 동맹군과 협상군 양측에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입혔다. 인명피해만도 사망자 900만 명, 부상자 2200만 명 이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더 심각했다. 연합국 측 49개국, 동맹국 측 8개 국으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동원병력만도 1억 1000만 명에 달했으며 전사자 2700만 명, 민간인 희생자는 2500만 명이나 됐다. 소련과 독일은 가장 피해가 심했는데, 이 당시 사망자가 양 국가 인구의 약 10분의 1이라고 알려졌다. 일본도 인구 40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 1차 세계대전과 비교했을 때 동원 병력만도 약 2배, 전사자는 5배, 민간인 희생자는 50배에 달했다. 민간인 희생자 중 약 500만 명은 유대인이다.

전문가들은 제1‧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전비 또는 파괴된 재산을 현재 물가에 맞춘다면 계산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상 인적, 물적, 정신적 피해 등 피해 규모는 추측하기조차 어렵다.

◆전 세계는 아직도 분쟁 속‘희생자 속출’

이같이 참혹한 전쟁과 함께 1990년대 냉전시대가 끝난 지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은 아직도 분쟁으로 들끓고 있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유혈사태를 동반하는 분쟁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분쟁의 근원에는 종교가 자리잡고 있다.

이달 24일(현지시각) 기준 지난달 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교전이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모두 2095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종파분쟁으로 나흘 동안 17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최소 19만 13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난 곳은 다마스커스로 3만 9393명에 달했고, 알레포에서는 3만 1932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리아 홈스 지역 크리스천 인구는 16만 명에서 1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발간한 2013 국제종교자유보고서(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Report)에는 종교분쟁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가 담겼다. 지난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종파주의 분쟁으로 700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메이크틸라주에서는 14만 명이 쫓겨나고 10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종파분쟁으로 시아파 무슬림 400명이 살해당했고 교회 폭탄 테러로 크리스천 8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분쟁 종식과 평화를 이룰‘답’은?

국내 종교계에서는 이달 중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환영하며 분쟁 종식과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대감을 언론을 통해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평화’에 대해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의 결과’이다”라고 소극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이 같은 발언은 교황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막을 실질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지난 6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와 평화 기도회를 열고 화해의 중재자로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자분쟁 사태를 막지 못했다. 7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습했고, 이달 27일에서야 무기한 휴전 협상을 극적으로 맺었다.

반면 올초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40년 동안 이어져온 종교분쟁이 없어지는 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한국 민간 NGO단체인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의 중재로 이슬람 반군과 가톨릭 지도자가 평화협약을 맺고, 이를 지켜본 국민은 더 이상 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평화걷기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달에는 민다나오의 사례를 접한 잠보앙가 시에서 이 단체를 초청해 1만 2000여 명의 시민들을 모아 평화걷기대회를 열었다. 잠보앙가 시도 민다나오처럼 이슬람 반군과 정부군의 마찰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필리핀에서는 평화걷기운동이 분쟁을 없애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통하고 있다. 필리핀의 사례가 전 세계의 분쟁을 없애는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