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반이 지났다. 출범 초기에 국정의 여러 가지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집행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세월호 참사’를 만나 정치든 행정이든 그 개선 추진이 정체상태에 있다. 정부 규제개혁도 그중의 하나다. 과거 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로 크게 줄어들었던 규제 건수가 이명박 정부 5년간 1만 4889건으로 대폭 늘어났고, 새 정부에서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 지난해 말 현재 1만 5269건에 달했다.

국무총리실이 정부 규제를 총괄하고 있는 관계로 정총원 총리는 지난해 8월, 계획된 규제를 모두 풀고 특히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 1650건을 연말까지 확 풀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초 ‘7건 중 4건 꼴로 안 풀렸다’는 게 확인됐으니 말만 앞세운 정부 규제 개혁이었다. ‘규제 개혁이 경제재도약의 핵심 열쇠’라 믿고 있는 박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제1차 회의 내용을 방송3사가 중계하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그 후에도 실적이 미흡해 지난 20일 열기로 계획된 제2차 회의마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규제는 일반적으로 행위 강요나 금지 등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신중을 요하는 대상이다. 규제가 국민의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이긴 해도 한편으로 자유경쟁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부문이 있는 바, 예컨대 노동자나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사회규제는 강화될수록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내용과 절차에서 공무원의 권한만 강화하게 하는 잘못된 경제규제는 기업 활동에 엄청난 제한을 주고 국민의 발목만 잡게 만든다.

정부가 규제 철폐를 위해 지속적으로 강하게 나서야 하건만 말 나올 때 그때뿐이다. 박 대통령이 규제 개혁과 관련해 ‘암덩어리’니 ‘쳐부숴야 할 원수’니 하고 강하게 발언했을 때는 중앙부처가 조금 움직이다가 잠잠해지면 또 흐지부지 상태가 반복된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정한 135개 투자활성화 대책과 관련된 규제 철폐 건수 중 법령과 관계없이 추진이 가능한 85개도 그대로 있다. 정부 규제 개혁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관련 부처가 권한을 챙기고 공무원들이 하는 흉내만 내고 세월가기만 기다리고 있으니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따로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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