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안에서 안전모를 착용한 한 인부가 동공 안을 점검한 후 사다리에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수도권 주민 80% “나도 피해자 될 수 있어”
제2롯데월드 이어 대구·천안 등 전국에서 발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도시 한복판에 구멍이 뚫렸다. 영화 속에만 나올 듯한 일이 이곳 서울시 송파구에서 발생했다. 20일 오후 석촌지하차도. 이 일대에는 ‘전면통제안내표지판’이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었고, 경찰들은 차량을 통제하느냐 분주했다. 지하가 꺼지면서 구멍이 뚫리는 ‘싱크홀(Sink Hole)’과 지하동굴 형태의 ‘동공’이 발생했기 때문.

지하차도 안은 공사현장을 보는 듯했다. 눈에 띄는 것은 몇 개의 파란색 대형 천막이었다. 최근 발견된 동공 입구를 덮어 놓은 것이다.

통제가 엄격한 지하차도 안에서는 안전모를 착용한 10여 명의 인부가 현장을 점검하느라 분주하게 다니고 있었다.

◆싱크홀·동공만 벌써 7개째

현재까지 석촌동 일대에서 발견된 싱크홀·동공은 모두 7개다. 시는 석촌 지하차도에서 발견된 5개의 동공의 경우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실행된 지하차도 하부를 통과하는 실드(Shield) 터널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드공법은 터널을 뚫는 공법 중 하나로, 원통형 강재를 회전시켜 굴처럼 땅을 수평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기 때문에 지반이 약할 경우 지반 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석촌지하차도는 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으로 돼 있어 터널 표면에서 시공사가 그라우팅(틈새 메우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반이 내려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하철 9호선의 공사는 임시 중단된 상태다. 시는 1단계 시추 조사로 지반 상태가 파악되면 2차로 동공마다 복구대책을 세우고, 동공 발생 원인과 향후 대책 등 종합적인 발표를 한다고 밝혔다.

◆주민 “대형사고 안 일어나길”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 최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부근에 이어 국회의사당 정문 앞, 그리고 대구, 천안, 단양, 울산 등 전국에서 싱크홀이 발견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이기영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수도권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싱크홀 발생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는 ‘매우 불안’, 41.7%는 ‘불안하다’고 답해 응답자의 95.2%가 불안감을 보였다. ‘당신도 싱크홀 발생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질문에는 ‘그렇다(55.1%)’와 ‘매우 그렇다(24.5%)’를 합친 비율이 79.6%였다.

실제로 인근에 사는 고민주(33, 여,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씨는 “하룻밤 자고 나면 또 싱크홀이 발견될 거 같아 불안하다”며 “길을 가다 갑자기 나도 싱크홀에 빠질까봐 조심해서 다닌다”고 말했다.

함윤구(53, 남) 씨는 “싱크홀 주변의 주택이 안전한 건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집값이 혹여 내려갈까 걱정한다”며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정부가 잘 대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하수도 등 지하구조물은 주택 아래가 아닌 공공용지에 많이 만들어지므로 주택가가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싱크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싱크홀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자 서울시의회는 오는 22일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대책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인근 주민들에 대한 조치, 잠재돼 있을지 모를 동공의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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