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딕훼밀리’ 김후락(본명 홍수진)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7080추억 아이콘 ‘딕훼밀리’ 보컬 김후락

음악에 미쳤다가 사업에 미쳤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10년 전 일부 원년멤버가 재결성한 ‘딕훼밀리’와 달라
젊은층·중년층·노년층 모두 공감할 노래 만드는 게 꿈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행사마무리 곡으로 유명한 이 곡(또 만나요)은 1970년대 가요계를 평정한 ‘딕훼밀리(Dig&Family, 서생원가족)’ 노래다. 이 곡을 편곡한 메인보컬 김후락(본명 홍수진) 씨가 38년 만의 공백을 깼다.

◆7080 추억 안고 38년 만에 컴백

“정말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벅찼어요. 많은 분이 저를 아직도 기억해주시고 박수를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이, 꿈나라 온 것 같이 붕 뜬 기분이었어요.”

최근 만난 김후락 씨는 KBS1 TV ‘콘서트 7080’에서 첫 컴백무대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컴백무대에서 부른 ‘나는 못난이’ ‘흰구름 먹구름’ ‘또 만나요’ 등의 명곡은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1980년 해체된 딕훼밀리를 38년 만에 재편해 부활시켰다.

▲ 1976년 ‘딕훼밀리’ 1집 앨범 재킷 사진. (왼쪽부터) 서성원(리더, 드럼), 김후락(보컬), 박수호(베이스기타), 이박무(섹스폰), 이천행(기타), 김지성(세컨싱어), 문옥(키보드)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간 큰’ 예명 활동 에피소드

“네 이름이 뭐냐” “홍수진입니다” “홍수진이 뭐냐, 내 이름으로 써라” “이후락이요?” “이놈이 어디 어른 성까지 쓰려 하냐. 돌 던지면 맞는 성으로 써라” “그게 뭡니까” “김이박최!”

김후락 씨는 그룹 결성 초반에 우연히 MBC 방송국에서 고(故)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만났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대통령 정권을 등에 업은 막강한 권력자였다.

그는 “운이 좋았어요. 음반을 준비하던 때여서 1집부터 ‘김후락’이란 예명으로 활동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가끔 김후락 씨를 ‘피터’라고도 부르는데 그의 천주교 세례명이 ‘베드로(Peter)’여서다.

◆70년대 역사의 흔적 ‘서생원가족’

김후락 씨는 딕훼밀리에 얽힌 ‘낯 뜨거운 일화’를 얘기했다.

“딕훼밀리의 딕(Dig)은 ‘파다’ ‘연구하다’는 뜻이죠. 즉 ‘음악을 공부하는 가족’이란 뜻으로 제가 지었어요. 근데 제가 활동을 안 할 적에 다른 ‘딕훼밀리’들이 마구 만들어졌는데 딕(Dig)을 딕(Dick)으로 쓰고 있더군요. 낯 뜨거웠지요. 외국인이 보면 깜짝 놀랄 겁니다.”

딕훼밀리의 한글명칭은 ‘서생의 가족(서생원가족)’이다. 이는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외래어 사용금지 명령’을 내림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렇게 지은 것도 나름의 철학이 담겨있다.

“당시 저희 멤버 중에 ‘서 씨’가 두 명이나 있었고 학자를 말하는 ‘생원’을 합쳐 ‘서생원’이 됐어요. 또 ‘서생원’은 쥐(鼠, 서)를 비유했고 당시 인기 만화 ‘미키마우스’ 덕에 기억하기도 쉽겠다 싶었죠. 그래서 만들어진 게 ‘서생원가족’입니다.”

◆하늘도 불길 막아줄 만큼 승승장구

한때 딕훼밀리는 잘 나갔다. 천운도 따랐다. 당시 손에 꼽힌 대형화재들도 피하길 기다린 듯 꼭 현장을 뜨면 터졌다.

김후락 씨는 그룹 결성 후 70년대 최악의 사고인 1971년 성탄절 대연각호텔 화재, 1974년 청량리 대왕코너 화재, 이후 센트럴호텔, 소공동 라스베가스 살롱, 풍전호텔(현 PJ호텔) 등의 화재를 무탈하게 피했다. 변을 당한 건 지인이었다.

“그룹 ‘에드훠(add4)’ 보컬 서정길 형님이 절 찾아 대왕코너로 왔어요. 남루한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사장님께 부탁해서 바로 그곳에 일자리를 만들어드리고 저흰 다음 계약 장소인 센트럴호텔로 갔죠. 근데 그날 대왕코너에 화재가…. 지금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

딕훼밀리 초기 멤버였다 탈퇴한 그의 절친 권세혁(기타)·김정택(건반)도 화재로 잃었다. 그들은 1982년 12월 29일 대구 금호관광호텔에 불이 나 사람들을 대피시킨 뒤 질식사했다.

▲ 1980년 ‘딕훼밀리’가 해체되기 전 활동 멤버들. 당시 급성췌장염에 걸려 핼쑥해진 김후락 씨(가운데)가 보인다. (상단 시계방향으로) 이박무(섹스폰), 김후락(보컬), 최종대(드럼), 최수경(건반), 우영만(베이스), 허영란 대리인(여자싱어), 송남태(기타) 씨. (김후락 씨 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1986년 김완선 ‘댄스풍’에 묻히다

1980년 김후락 씨가 돌연 미국으로 떠나면서 실질적으로 그룹은 해체됐다. 당시 원스타 아버지를 둔 귀한 양반 댁 종갓집 외아들인 그가 해외로 출국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음악이 고팠던 그는 다시 귀국해 재기를 꿈꿨지만 ‘병마’와 ‘유행’이 발목을 잡았다.

“급성췌장염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퇴계로에서 다시 음악을 했어요. 멤버들이 흩어져 신세대로 새로 뽑았죠. 그런데 그때 가수 김완선이 나와 댄스 쪽이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라이브 음악무대인 ‘나이트클럽’이 줄고, 레코드판 댄스무대인 ‘디스코 택’이 늘기 시작한 거죠.”

1986년 김후락 씨는 미련 없이 사업에 눈을 돌렸고 40대에 전자제품 회사 CEO까지 됐다. 하지만 90년대 말 IMF가 터지고 이혼까지 했다. 인생의 단맛·쓴맛을 한꺼번에 맛본 셈이다.

▲ 2011년 11월 24일 강남의 한 자동차 리폼센터에서 재회한 ‘딕훼밀리’ 원년멤버들. (왼쪽부터) 이천행, 김후락, 박수호 씨. (김후락 씨 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딕훼밀리’ 또 있던데… 누가 전통?

38년 만에 컴백한 ‘딕훼밀리(김후락 소속)’가 있다면 10년 전 컴백한 ‘딕훼밀리’도 있다. 모두 1집 멤버들이 만든 것인데 어느 곳에 전통성이 있을까.

공식 1집 앨범 멤버는 서성원(리더, 드럼), 김후락(보컬), 박수호(베이스기타), 이박무(섹스폰), 이천행(기타), 김지성(세컨싱어), 문옥(여, 키보드) 씨다.

10년 전 이박무 씨와 이천행 씨가 ‘딕훼밀리’로 먼저 컴백했다. 당시 이천행 씨는 김후락 씨의 행방을 몰라 방송에서 “죽었다”고 말했고, 이박무 씨는 ‘딕훼밀리’ 상표권 등록을 주도했다. 등록은 2012년에 됐다.

2011년 11월 24일 강남 한 자동차 리폼센터에서 원년멤버들이 김후락 씨와 감격스런 재회를 했다. 살아있음을 안 이천행 씨는 김후락 씨에게 ‘사망 언급’을 사과했고, 이박무 씨는 상표권 등록에 대해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원 작명가’가 누군지 잘 아는 터였다.

동명 그룹 ‘딕훼밀리’로 컴백한 김후락 씨는 상표권 등록은 무용지물이라며 웃어 넘겼다.

“법적으로 원년멤버는 ‘딕훼밀리’를 사용할 수 있어요. 재판을 한다면 ‘이름을 지은 사람’에게 손을 들어줄 텐데 그게 저죠. 저는 오히려 많은 사람이 마음껏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 2011년 11월 24일 강남의 한 자동차 리폼센터에서 재회한 ‘딕훼밀리’ 원년멤버들. (상단 왼쪽부터) 박수호, 서성원, 이박무, 허영란(서성원 씨 부인) 씨. (김후락 씨 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38년간 숨긴 음악성 재폭발 예고

사실 1집 앨범의 60%는 김후락 씨가 편곡했다. 특히 ‘작별’은 그의 첫사랑과 관련된 곡이다. 그는 보컬이지만 작사, 작곡, 기타 연주도 능통하다. 또 원년 매니저가 무대로 복귀하길 원한 멤버가 김후락 씨였다는 점만 봐도 어느 쪽에 전통성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는 앞서 컴백한 ‘딕훼밀리’를 응원하면서도 실력면에선 자신의 ‘딕훼밀리’가 우월하다고 말했다.

“악기를 아무리 잘 다뤄도 녹음실에 들어가면 정말 실력이 월등해야 합니다. 이번에 젊은 멤버들을 다시 새로 뽑았는데요. 제가 다 테스트하고 뽑은 실력자들이에요. 젊은층, 중년층, 노년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과거 실질적 리더역할을 한 김후락 씨의 오랜 소망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진정한 명품 락(樂)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열정이 돋보인다. 세월이 지나도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할 명곡들이 또다시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딕훼밀리’ 수상이력>
1971년 딕훼밀리 그룹 결성
1971년 MBC 문화방송 가요중창상 수상
1972년 플레이보이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우수상·가창상
1973년 뉴스타배 보컬그룹 경연대회 우수상·개인 연주상(드럼)
1974년과 1975년 연속 팝스 그랑프리 최우수 그룹상
당대 MBC‘ 인기가요20’ 5주 연속 1위 랭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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