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회 (사)국민통합 회장

CF 유행어 중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동안 TV 개그 프로에서 이 유행어가 한창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는 정치권도 그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좌가 말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는 반대하고, 우가 말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좌는 반대한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 찬성만을 위한 찬성은 사회적 국가적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숙된 민주주의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데서 비롯된다.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비판한다. 품격있는 선진사회란 비판과 찬성이 합리적 수준에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는 두개가 아니라 하나여야 한다. 그 모두가 백성을 위한 존재라면 진보가 정답일 것도 아니고 보수가 정답일 것도 아니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 그것이 곧 진보요 보수여야 한다.

지금 이 나라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사회분열과 국민분열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게 되면 이 나라는 끝없이 분열하겠지만, 모두가 하나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상생과 화합, 그리고 공존을 이룰 수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국익에 도움조차 되지 못하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의 중도 실용으로 나가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좌파로 당선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장주의 성장 정책으로 바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실용주의 노선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이 나라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집권세력인 보수는 앞바퀴에 해당될 것이고, 진보는 뒷바퀴에 해당할 것이다. 이 나라의 자동차가 순조롭게 달리기 위해서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함께 달려야 한다. 앞바퀴가 전진하려 할 때 뒷바퀴가 정지하려 한다면 그 차는 빠르게 달릴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자동차도 앞바퀴만 존재하는 자동차는 없으며, 뒷바퀴만 존재하는 자동차 역시 없다. 이렇듯 앞바퀴와 뒷바퀴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는 어떤가. 앞바퀴가 가려고만 하면 뒷바퀴는 정지하려 하고, 뒷바퀴가 후진이라도 할라치면 앞바퀴는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경제불황이라는 험난한 도로를 헤쳐나갈 수 있겠는가!

그래도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중도실용주의의 ‘국민통합’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참으로 시의 적절한 선언이라고 본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대통령의 훌륭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앞선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번에 걸쳐 대통령 직속 하에 사회통합 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근 개각을 단행하며 사회통합위원회를 두었다. 하지만, 사회통합위원장은 아직도 공석에 있고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사회통합위원장에 대한 인사는 고심끝에 이뤄져야 한다. 여당만 참여하는 반쪽짜리 사회통합위원회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러나 장기간 공석으로만 놔둘 수도 없는 문제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회 원로 중에 여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신계 지도자가 맡으면 어떨까 싶다. 사회통합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차원도 있지만 사회통합은 시민운동의 성격이지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추진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통합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들은 사실상 국회에서 얼마든지 논의될 수 있고 여당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통합위원회는 국가원로 중에서 여야의 반발이 없을 만한 정신계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통합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라고는 하지만 사회통합위원회의 주요업무는 ‘국민통합 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 이 지긋지긋한 지역감정과 남북문제, 양극화갈등을 끝내고 한민족 공동체라는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정책은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국회에서 논의하고 사회운동은 대통령의 지원아래 순수 사회운동으로 승격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만일 정치권 인사가 등용되게 되면 결국 야당의 지지도 못 얻게 되는 반쪽짜리 사회통합위원회가 되고 말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서도 ‘제2의 건국운동’을 정부 주도하에 추진했다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전례가 있다. 의식개혁 운동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부가 주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통합위원회가 정치적 배려에 의한 인사권 나눠먹기가 되어서는 안될 말이 된다.

‘국민통합’은 시대정신으로 반드시 이뤄내야 할 역사적 명령이다. 국민통합 없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그리고 국민통합 운동은 범국민운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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