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사는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이다. 종교인이 자신이 믿는 신의 뜻대로만 행한다면 지구촌에 전쟁은 사라질 것이다. 본지가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KAICIID포럼과 Religions for Peace포럼에서 각국 종교지도자에게 자신이 속한 종교의 본질에 관해 물었을 때 모두가 ‘모든 종교가 모양만 다를 뿐 같은 신을 믿으며, 신의 뜻은 평화’라고 입을 모았다. 많은 종교지도자가 인정하는 것처럼 창조주는 하나이나 인간이 각기 다른 모양과 신념으로 신을 믿음으로 인해 인류는 끝없이 전쟁을 치러왔다. 교전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도 그 근본원인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전쟁의 명분이 돼버린 종교지만, 종교인이 그 본질을 좇아 하나 된다면 종교는 평화의 답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진행형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물론 근현대 전쟁사를 통해 전쟁의 폐해를 살펴본다. 더불어 ‘종교’가 평화의 답이 된 실질적 사례를 통해 인류가 꿈꿔온 세계평화와 전쟁종식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창간 5주년 특별기획- 전쟁과 평화, 종교가 답이다]

▲  지난 달 2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족을 잃은 여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새벽에 기도할 때마다 ‘엄마 배고파, 엄마 추워’ 하는 어린 병사들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서상욱 북중군묘지평화포럼 위원장의 고백이다. 그는 DMZ 적군묘지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의 영혼을 위로할 때마다 6.25때 죽은 적군 병사들의 애절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적군으로 싸우다 죽었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남편이었다.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영혼들의 얘기는 전쟁이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고통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사랑하는 가족뿐 아니라 삶을 앗아가는 전쟁. 그 참혹한 전쟁을 인류는 끝없이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평화’를 근본이념으로 하는 종교를 가졌음에도 끝없이 전쟁을 치르는 이유는 뭘까. 무녀를 통해 전쟁의 전말을 듣고 움직였던 고대 전쟁부터 최근의 분쟁까지 전쟁과 종교의 특별한 관련성을 짚어보고 오늘날 종교가 전쟁의 주원인으로 거론되는 이유를 살펴본다.

◆고대 신과 함께한 ‘트로이 전쟁’

고대 전쟁 중 하나로 전해지는 트로이 전쟁은 기원전 12~13세기 호메로스가 쓴 고대 그리스의 영웅 서사시로 그리스 사람들과 서(西)아나톨리아의 트로이인 사이에 일어난 전설적인 싸움이다. 트로이의 왕자가 스파르타의 왕비를 유괴해 전쟁이 일어났고 그리스 군이 10년 동안 싸운 끝에 트로이를 점령했다고 한다.

트로이 전쟁의 특징은 ‘여신들의 싸움에 인간이 가담한 전쟁’이라는 점이다. 트로이 지역도 신에게 제를 올리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가 ‘마늘과 쑥을 먹고 곰이 사람이 됐다’는 황당한 얘기를 담고 있지만 토테미즘 등 신앙적 요소가 담긴 건국설화인 것처럼, 트로이 전쟁도 고대인들이 ‘신을 의지하며 전쟁’을 치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사실에 기초한 설화로 평가된다.

실제 고대 그리스의 지배자들은 출정하기 전 반드시 델포이 신전을 찾아 무녀를 통해 전쟁의 시작과 끝을 듣고 출정을 결정했다. 이러한 신탁의 모습은 대부분의 고대 국가에서 유사하게 확인 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전쟁에 나가기 전 자신의 군대에 ‘유리한 기운이 감도는 날’ ‘신이 점지해주는 날’을 출정일로 잡았다.

우리나라도 고대로부터 궁에 신전을 두고 무녀를 통해 출정여부를 결정했다. 각자의 신에게 묻고 나갔으니 보이는 전쟁 뒤에 보이지 않는 영적 전쟁도 치렀던 셈이다.

◆중세 해체로 이어진 ‘십자군 전쟁’

서기 11세기부터 14세기까지 무려 361년간이나 진행된 십자군 전쟁은 이슬람이 점령한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교회가 주도했던 대표적인 종교전쟁이다. 십자군 전쟁의 실패는 전쟁을 주도했던 교황의 권위가 크게 추락하는 계기가 됐다. 교황의 절대 권력이 약화되면서 중세 유럽을 통합했던 기독교 중심의 사상과 문화가 흩어지는 계기가 됐고, 반면 인본 중심의 르네상스 문화를 일으키는 단초가 됐다.

십자군 전쟁이 실패했던 주원인은 이슬람권의 결집이었다. 초기 십자군은 연전연승했다. 이유는 당시 이슬람권이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이슬람권의 걸출한 지도자 ‘살라딘’이 등장하며 이슬람권을 결집시켜 십자군을 반격하면서 판세는 바뀌었다.

이슬람군은 예루살렘 점령 시 관용정책을 써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적인 소년 십자군이 유럽 상인들의 농간으로 노예로 팔리자 이들을 해방시켰다.

이렇듯 이슬람군이 결집해 세를 키우는 동안 연합군인 십자군은 영토와 경제적 이익 등을 둘러싼 분쟁으로 와해됐다. 또한 무지와 광신, 편협성을 버리지 못한 십자군의 잦은 횡포는 당시 성지의 백성은 물론 같은 기독교권이었던 비잔티움 제국의 신민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 거창하게 시작되었던 처음과는 달리 끝에는 초라하게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이는 중세 유럽 기독교 국가가 해체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1세기에도 지속되는 종교전쟁

1948년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하면서 빚어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그 내면에 영토갈등, 민족갈등, 종교갈등을 안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과거 십자군 전쟁 때와 같이 자신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사수하려는 종교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분쟁지역이었던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40년 분쟁 원인도 이슬람과 가톨릭 간의 종교갈등이 주원인이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공습으로 시작해 2011년 12월 12일 미군의 완전 철수로 끝난 이라크 전쟁도 내부에 종교 간 갈등이 있었다.

2007년 이라크 전쟁 중 바그다드 연락장교로 참전했던 김용균 한국방위산업학회 사무총장은 “미국은 외형적으로는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라크 내의 석유 획득을 목적으로 여권인 이슬람 수니파를 지원했다”면서 “이라크 내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는 권력 유지 및 대응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해 무력행위를 합리화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권을 위해 종교를 악용하는 지도자들로 인해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공포”라고 덧붙였다. 당시 이라크 전쟁으로 최소 12만 명에서 1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며 90%는 민간인이다. 현재도 살 곳을 잃고 떠도는 난민 168만 명, 고아가 된 아이들은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라크 전으로 4400여 명의 미군 사망자가 발생해 미국 내 반전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종교지도자의 배타성과 욕심이 원인”

이석복(71)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겸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를 지낸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사무총장은 지구상에 80%가 넘는 종교인들이 있음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종교지도자들의 배타적 태도와 생각’이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십자군 원정에서 나타난 이슬람-기독교 간 전쟁이나, 이슬람 시아파-수니파 분쟁도 모두 마찬가지”라며 “종교는 문화이며, 문화는 생활을 지배하기에 다른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른 종교와 문화의 수용을 막는 종교지도자들의 태도가 수많은 전쟁의 원인이며 이는 국가 분열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에서도 군신부와 군승은 잘 융화가 되지만, 군목은 잘 융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특히 개신교 지도자들의 배타적 태도에 우려를 표했다.

◆전쟁은 창조주의 뜻인가?

종교가 이처럼 전쟁과 연관을 지어왔다면 전쟁은 신의 뜻이며, 그로인한 고통도 신의 뜻일까. 2011년 크게 화제가 된 고(故) 이병철 회장의 종교질문 중에는 ‘창조주는 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가’라는 게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신천지예수교 이만희 대표는 “창조주는 피조물인 인간을 만들었기에 사랑하고, 고통을 주려하지 않지만, 악신은 자기가 피조물을 만들지 않았기에 피조물인 인간에게 고통을 주어 창조주를 원망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겉으로 보기에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전쟁은 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신은 영이기에 자기와 맞는 사람을 들어 역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쟁은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을 ‘악신’이 이용하고 부추긴 결과인 셈이다. 그 결과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인간은 창조주를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대 종교를 악용해 전쟁을 조장, 방조하는 모든 종교인들이 새겨 들여야 할 말이 있다.

이만희 대표가 전 세계를 다니며 신을 믿는다는 종교인들에게 외치는 말이 있다.

“전쟁은 창조주의 뜻이 아니며, 창조주의 뜻은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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