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여러 마디의 말보다 몸으로 나타나는 행동 하나가 큰 감동과 울림을 줄 때가 있다. 하트 세리모니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하트 세리모니는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뜨거운 감성과 느낌을 전달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몸으로 좋아한다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하는 데 마다할 이 누가 있을까 말이다.

하트 세리모니에 관심이 모아진 것은 유럽 프리미어리그 개막 축포를 터뜨린 기성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의 전도사’로 하트 세리모니를 그려 대중들을 기쁘게 했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17일 저녁 TV 뉴스에서 공교롭게도 하트 세리모니 소식을 같이 만날 수 있었다. 20대 초반의 기성용과 70대 고령의 교황의 하트 세리모니에 깊이 빠져 행복했다.

기성용은 2014-2015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맨유와 스완지의 경기에서 전반 28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질피 시구르드손의 패스를 왼발 슛으로 연결해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기성용은 골을 넣은 후 관중석을 향해 하트를 그리는 세리모니를 선보였다. 아마도 아내 탤런트 한혜진이 경기장에 와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것은 아내를 위한 사랑의 세리모니였던 것이다.

지난해 교황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 100시간에 가까운 방한 일정에서 여러 미사를 집전한 뒤 중증 장애 어린이 등 신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그리는 세리모니를 자주 선보였다. 탈권위적이며 좀 더 낮은 곳으로 향하는 교황의 따뜻한 마음이 하트 세리모니로 표현됐다. 이날 내가 본 하트 세리모니는 충남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식 미사 후 아시아의 여러 청년들을 향해 했던 것이다.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장애 어린이들에게도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교황의 하트 세리모니는 이념과 종교를 넘어 사랑과 평화, 희망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기성용과 교황의 하트 세리모니는 무대는 달랐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같았다. 사랑의 상징언어였던 것이다. 내용적으로 기성용은 아내를 위한 사랑을, 교황은 인류를 위해 사랑을 각각 전하려 했다.

하트 세리모니는 보통 축구 선수들이 많이 하는 골 세리모니 중 하나이다.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표시하는 행위로 하트 세리모니를 한다. 손흥민, 이천수, 이동국 등과 메시 등 국내외 스타플레이어들이 하트 세리모니를 자주 하는 편이다. 기성용의 하트 세리모니는 지난해 한혜진과 결혼한 뒤 한창 신혼기분에 젖어있는 핑크빛 무드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일 수 있다.

기성용의 하트 세리모니를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축복받는 이들에게는 사랑을 전하는 교황의 하트 세리모니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추궁한다면 대답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트 세리모니는 기성용의 것이든, 교황의 것이든 모두 진정성 있는 사랑의 행위이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가, 인류를 사랑하는가 등 사랑의 대상과 범위가 다를 뿐, 참 의미는 사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하며, 쉽게 받아들이지만 하트 세리모니를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멀리 떨어진 상대를 향해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해 사랑의 언어를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인간의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기성용의 하트 세리모니는 여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고 남자의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남성우월주의와 이기주의에 비판을 가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교황의 하트 세리모니는 인종, 전쟁, 기아, 가난 등 어렵고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는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 개인주의, 인간 존엄성 상실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제스처로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운동과 종교는 혼란한 인간 정신의 카타르시스(정화)를 위한 치료제 역할을 하는 사회적 기제의 하나이다. 하트 세리모니는 이런 점에서 인간들의 마음을 좀 더 맑게 하고 밝은 빛을 더 추구할 수 있게 하는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용과 교황과 같은 하트 세리모니가 많은 선수와 대중들로부터 쏟아져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