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고통받는 동물 위해 다양한 분야서 노력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홈페이지 운영

개·고양이 가두고 새끼만 낳게 하는 ‘종견장’
발정제 주사하며 병들어도 항생제 투여뿐
대부분 불법 운영… 법 완화에도 안 지켜

▲ 3년 전 살해범에게서 구출된 강아지 ‘네로’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손예은 기자] “멍멍멍!! 멍멍멍!!”
쉴 새 없이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 문을 열고 들어가니 푸른빛이 도는 검은 털을 가진 슈나우져 한 마리가 발 앞으로 달려 나왔다. ‘네로’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강아지는 3년 전 살해범에게서 구출됐다. 같이 있던 다른 강아지는 범인이 먹인 커터 칼날에 결국 살해당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처럼 고통과 학대를 받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이뤄진 단체다.

‘고통 받는 모든 생명체는 고통에서 해소 받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이들의 표어. 고통 받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는 조희경 대표를 만났다.

◆동물자유연대는

시작은 이랬다. 2000년 설립 이후 가장 먼저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구조 요청이 들어온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입양보내는 과정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조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8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 하나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낮에는 제 일을, 그 후에는 자원봉사를, 밤에는 찍은 사진들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집에 가면 보통 1시 2시 3시… 잠을 제대로 자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연, 동물들의 구조 전 모습부터 입양돼 행복하게 변한 모습까지 사진과 글로 접하며 감동받고 또 눈물 흘렸다. 그러면서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방송․언론에도 알려지면서 조직이 커졌다. 처음엔 둘로 시작한 동물자유연대는 지금 26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분야도 넓어졌다. 반려동물, 농장동물, 동물실험, 전시동물, 그 외 모피 문제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방치된 생명들

조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물자유연대 사무실 앞에 버려진 슈나우져 한 마리. 피부가 짓무르고 진물이 나있어 바로 병원에 데려갔다. 구더기가 좀 있어 약욕을 시켰다. 순간 몸속에 있던 구더기가 피부뿐만 아니라 구토나 변으로도 계속 기어 나왔다. 조 대표는 기겁했다. “세상에 그런 개 처음 봤어요. 진짜 너무 가슴이 아파서 막 울었어요.” 결국 개는 삼일 후 죽고 말았다. “차라리 일찍 갖다 버리지”라며 그는 분노했다. 이런 상황을 겪을수록, 동물학대의 현실을 개선해야겠다는 의지가 솟아오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동물들의 생지옥

동물자유연대가 지목하는 동물학대의 주범 중 하나는 ‘종견장’이다. ‘종견장’은 번식장의 다른 말로 동물의 어린 새끼를 팔기 위해 평생 동안 개와 고양이를 가둬놓고 새끼를 낳게 하는, 번식시키는 곳이다. 문제는 종견장 운영자들이 오로지 더 많은 새끼만을 위해 동물들의 건강이나 생명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들면 겨우 항생제만 주사하고, 새끼를 더 얻기 위해 발정제를 주사하기도 한다.

▲ KBS 화제 포착에서 방영된 종견장 모습. (사진출처: KBS 방송화면 캡처)

동물자유연대 장병권 회원은 종견장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했다. 평생 교배와 출산만을 반복하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된 말티즈 한 마리. 더 이상 생산 가치가 없다 여겨져 개고기 업자에게 넘겨지려던 차였다. 데리고 와서 보니 약을 쓰기 곤란할 정도로 심장을 비롯한 모든 장기가 만신창이였다. 빈혈에 심한 영양실조, 그리고 고관절탈구로 서있지도 못하는 지경이었다. 때문에 앉아서 변을 봐야했고, 아랫배에 욕창도 생기고, 한쪽 뒷다리는 오래전 부상이 방치돼 괴사됐다. 다리를 잘라야 할지도 몰랐다. 데리고 간 병원 수의사가 생전 말한 적이 없던 안락사 얘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그래도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은 강아지가 살아온 세월이 너무 가여워 살려보고자 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한지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다.

조 대표가 말하는 종견장의 현실은 이랬다. 70% 이상이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발해도 100만 원의 벌금형만을 받는다. 법을 완화시켜주면 합법적으로 하겠다던 그들은 정부가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완화시켰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모든 사업에는 법 테두리가 생기고, 그에 따라 법이 요구하는 기준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그동안 너무 기준 없이 일 해왔다. 그러다보니 종견장에서 학대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잘못했으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는데도 그냥 해 먹겠다는 건 나쁜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고통받는 동물을 위해

조 대표는 “못 볼꼴을 너무 많이 봐서 사실은 심리적 상처가 굉장히 크다. 한 사건을 목격하게 되면 비슷한 사건이 연상돼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축장(가축을 식용으로 팔기 위해 도살하는 곳)조사를 다니며 현장을 직접 마주한다. 때문에 트라우마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몸 고생 마음 고생’이라며 말렸지만 그는 여전히 이 일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 그는 “내 상처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것에 미쳐 하는 것이다”라며 동물보호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나타냈다.

조 대표와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보호 활동을 통해 보통 사람이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고통까지 보게 된다. 하지만 더 많이 보는 만큼 동물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지기 때문에 오늘도 동물보호를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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