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정부가 지난해 2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했으나 전국에서 관련 조례를 마련, 운영하고 있는 곳은 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조명기구가 빛방사 허용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유예기간이 길어 당장 개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미흡한 법 내용을 개정할 계획이다.

18일 기후변화센터에 따르면 8월 기준 현재 서울 부산 광주 경기 세종특별자치시 등 5개 특·광역시와 부산 해운대구, 전남 신안군 등 2개 기초지자체만 빛공해 관련 조례를 제정, 운영하고 있다.

‘빛공해’는 가로등, 옥외광고물, 장식조명 등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빛이 누출돼 건강과 생활에 영향을 주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심야 수면시간대에 과도한 빛에 노출되면 인체 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 주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시·도지사가 빛공해 방지법을 통해 빛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등 4개의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으나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조명환경관리구역 지도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18일 열린 빛공해 방지 조례제정 촉구 공청회에서 “서울시는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25개구, 나아가 모든 동까지 분류를 해야 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빠르면 9월까지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법 제9조에 따라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설치된 조명기구가 빛방사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날부터 5년 이내에 빛방사 허용기준에 적합하도록 하게 돼 있다”며 “이는 환경관리구역에 지정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개선이 어렵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공청회에서는 5년이라는 유예기간이 길어 오히려 개선의지를 약하게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환경부 관계자는 “법이 갖고 있는 한계 등을 고려해 올 하반기부터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각종 국제기구가 모여 있고 친환경 저탄소 녹색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인천시가 빛공해 방지 조례제정 및 운영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환경관리구역도 지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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