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시진핑 주석 방한 하루 전날 동해안에서 발사체를 날리며 불만을 표시한 북한이 이번 교황 방문에서도 어김없이 불만의 화약 냄새를 풍기며 무려 다섯 발의 발사체로 한반도의 평화를 협박했다. 대관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불장난질은 그저 철없는 30대 미완의 지도자의 비상식으로 넘길 수도 있다. 왜? 북한이 저런다고 당장 대한민국의 안보를 뒤흔들어 놓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왜 체제통일의 공포에 떨고 있는가? 이 점이 무척 궁금하다. 북한식 표현을 빌리면 김정은은 백두혈통을 이어받은 불세출의 위대한 영도자다. 그의 말 한마디에 인민들이 산악처럼 일어서고 태산도 허문다지 않는가. 정녕 이것이 진실이라면 체제통일이든 흡수통일이든 통일이 되어도 김정은이 한반도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체제통일에 벌벌 떠는 것은 이 모두 조작된 프로파간다이기 때문이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조작된 선전선동의 거품 아래서 대한민국식 통일이 곧 북한의 김씨 왕조 몰락을 의미하기에 평양은 체제통일이 무서운 것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또 체제통일이 그렇게 두려우면 북한 체제도 개혁과 개방으로 변혁의 길을 걸으면 될 것이다.

광복절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강조한 남북관계 분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최소한 정상회담과 같은 파격적인 제안을 국민들은 기대했다. 겨우 하천이나 보수 연결하는 것이 통일대박인가. 통일은 하천이나 연결하고 철조망이나 걷어낸다고 이루어지는 물리적 이벤트가 아니지 않는가. 너무 소박했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분단은 높은 장벽으로 쌓여져 있다. 그것은 저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뭔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통일에 대한 위대한 청사진을 내놓았어야 했다. 남북정상회담도 좋고, DMZ세계평화공원의 올해 안 착공도 좋고, 뭐 이런 메시지를 선언할 때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인 것이다.

수구지향적인 북한을 설득하여 통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우리가 앞서가면 북한은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북한을 이끌고 앞으로 가자니 사방에 가로놓인 국내 돌부리 피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통령이 발목 잡혀선 안 된다고 본다. 대통령은 자신감을 가지고 통일대박의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야 한다.

1929년 당시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동방의 등불’이란 시에서 찬연한 빛을 바라는 우리 민족의 과거와 미래를 이렇게 읊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세계가 좁다란 담벼락으로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은 곳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꿈꾸던 위대한 코리아는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국가가 지구상의 최빈국 집단 북한 하나 요리하지 못하고 애걸복걸하고 있으니 만약 타고르가 환생한다면 그의 시 구절은 준열한 절규와 비판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 광복 70주면 행사를 남과 북이 함께하자고 경축사에서 선언했다. 정말 잘한 일이다. 헌데 내년에 남과 북이 모여 팡파레나 울리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단 70년이 최소한 통일의 대문을 여는 출발점이 되도록 할 때 남북 공동행사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아울러 쪽박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이제 뭘 잃을 것을 걱정하지 말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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