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티테라피 이상재 원장

 

영어의 어원상 간장(Liver)과 생명(Live)은 공통의 어원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간장은 생명과 결합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장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간장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의 개념은 서로 다르다. 서양의학에서 간장의 병변은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 B형 간염, 간경화, 간암 등 간장의 병리 변화를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은 간장을 가리킬 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 간의 기능을 파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율신경실조증,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증, 갱년기 장애 등의 신경계나 내분비계의 문제도 간의 이상으로 인한 범주에 포함된다.

또 눈의 병, 두통, 고혈압, 위장병, 여성의 생리 문제, 남성의 임포텐츠 등의 문제도 간의 범주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한의사가 진찰을 통해서 ‘당신은 간이 나쁘다’라고 해도 서양의학으로 말하는 간장의 병은 아닐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이다.

한의학에서 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소설(疏泄: 순조롭게 널리 퍼지게 한다)’ 기능이다. 소설이라는 말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데 간단하게 말하면 에너지(기, 혈)를 순조롭게 전신에 골고루 잘 퍼지게 한다는 의미이다. 한의학이나 동양철학은 사물을 이미지로 유추해 나가는 특징이 있다. 오행설(목, 화, 토, 금, 수)이라고 하는 것도 이미지로 자연계를 파악하고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는 방법이다.

간은 오행으로는 목(木)에 해당하는데 간의 기능이 나무의 속성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루로 치면 아침, 계절로는 봄에 상응한다. 이들은 모두 공통의 이미지로 연결돼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손이나 다리를 크게 뻗어 기지개를 켜는데 이것도 체내에 에너지를 널리 퍼지게 하려고 하는 기능의 하나이다. 또 봄이 되어 식물이 지면을 뚫고, 싹이 터 위로 뻗어 가는 모양도 그렇다. 이처럼 나무가 사방팔방에 가지를 뻗어 쭉 퍼져나가는 이미지가 소설이다.

그림1.
간이 건강한 상태는 기운이 잘 뻗어나가고 있는 상태이다(그림1). 기분 좋고 편안하고 적당히 이완된 상태, 경치 좋은 곳에서 기분이 뻥 뚫린 것 같은 그런 상태를 말한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화살표 방향이 밖으로 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의 간은 우리 몸 속의 기(氣)나 혈(血) 등이 잘 돌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잘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인체의 생리기능들이 원활한 상태가 된다.

간의 소설기능은 몸의 다양한 측면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신 감정적인 면에서 소설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감정적으로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는데 사람에 따라 짜증이 잘 나고 화를 잘 내며, 화가 잘 제어되지 않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무언가에 억눌린 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우울해지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화 흡수면에서 소설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잘 차고 변이 설사 변비로 교대되는 등 불규칙한 경향을 띈다. 전신의 기혈 순환 소설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전신의 기혈순환의 장애가 초래된다.

그림2.
그리고 이 소설기능을 방해하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한의학에서는 간이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장기로 인식한다. 스트레스는 감정이나 마음이 자유로이 뻗어 가는 기능을 억압한다. 스트레스에 의해서 간의 소설기능이 억압된 상태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심인성 질환이나 자율신경실조증 같은 병이 간기울결과 연관이 많다.

간이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는 화살표가 안으로 몰리는 모양이다(그림2). 원하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무언가에 억압받고 있는 듯한 상황. 간이 제 역활을 수행하지 못하므로 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서 기울한 상태가 되고 혈액순환도 나빠져서 어혈이 생기게 된다. 현대인들에게서 아주 흔하게 보이는 상황이다.

<간기울결의 증상>

􀓋불안, 초조
􀓋사소한 것에 화를 잘 냄
􀓋히스테리
􀓋옆구리가 당기는 느낌
􀓋월경의 주기에 변화가 생기거나 생리통이 심해짐
􀓋목의 이물감
􀓋가슴이 답답함
􀓋정서 불안정
􀓋복부의 팽만감, 식욕 부진, 트림, 구토, 설사

<기울화화, 간화상염(간열)의 증상>
􀓋 눈이 충혈이 된다.
􀓋 눈이 피곤하다.
􀓋 얼굴에 열감을 느낀다.(주로 오후에)
􀓋 어깨가 결린다.
􀓋 뒷골이 당기고 아프다.
􀓋 매사에 짜증이 나고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이 난다.
􀓋 입 또는 목이 마른다.
􀓋 머리가 띵하고 무겁다.
􀓋 잠이 깊이 들지 않고 자주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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