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특혜 업고 싹쓸이할 셈” vs NH “구두상 협정은 넌센스”

당국 “변액보험 취급 허용 결정한 바 없어”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농협생명의 변액보험시장 진출을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농협생명이 변액보험 취급 자격을 가진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하면서 지난해부터 생보업계에서 줄곧 제기돼 왔던 문제다. 보험업법상 보험사업자가 아닌 농협생명이 변액보험을 취급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농협생명은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 산하 공제조합에서 독립보험사로 출범해 농협법 적용을 받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농협생명이 변액보험을 취급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변액보험 판매는 규정상 인가사항이 아니라 상품판매를 신고하면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아비바생명이 상품판매 신고 후 변액보험을 판매 중이므로, 농협생명이 우리아비바생명과 통합하면 따로 인가를 받을 필요 없이 변액보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생보업계는 농협생명이 2016년까지 변액보험시장에 진출하지 않기로 한 신사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초 농협생명 출범 당시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 판매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제(방카룰)를 5년간 유예받는 대신, 2016년까지 퇴직연금과 변액보험에 진출하지 않기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렇듯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농협생명이 변액보험을 취급하게 될 경우 기존 생보사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생명의 올해 1분기 수입보험료는 2조 7000억원대로 시장 점유율 14.1%를 차지하며 업계 2위에 올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생명은 출범 당시 5년간 25%룰 적용 유예를 받는 대신 자동차보험, 퇴직연금, 변액보험 3가지를 동기간 동안 취급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그것은 특혜를 등에 업고 업계를 싹쓸이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협생명이 변액보험을 취급하려면 나머지 생보사들과 동일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방카룰 유예 방침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측은 출범 당시 변액보험 출시 관련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법인과 법인 간, 공동 업권의 문제에 대한 협정을 체결할 때 구두상의 협정은 넌센스”라며 “다른 보험사들과 당국 간 어떤 얘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농협생명)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사실은 신사협정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본다. 또 협정 자체의 의미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농협생명에 대한 변액보험 취급허용 여부를 명시적으로 확인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농협 측에선 우리아비바생명 합병 등과 관련한 어떠한 인가신청도 없었다”며 “다만 향후 불필요한 시장 혼선 방지 등을 위해 시장과 이해관계자에 대해 인가정책 방침이나 관련법령 해석에 대한 필요한 설명은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 취급을 위한 인가 준비는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작년 신보험시스템 구축 등 내부 사정으로 추진을 보류했었고, 최근 우리아비바생명 합병 건 등으로 다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인가를 신청한 것은 아니다.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농협생명은 새 시스템 구축과 함께 변액보험을 출시해 판매하려 했으나, 당시 다른 생보사들의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2016년 변액보험 취급 유예가 끝나더라도 농협생명은 별도의 집합투자업 인가를 새로 받아야 해당 상품 취급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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