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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휘 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고된 하루 반복, 스트레스 제때 해소 못해”
김정배 예비역 육군 중령 “빡빡한 일정 속에 간부도 지쳐 부대 문제 마주하기 어려워”
정재영 병영인권연대 대표 “휴대폰 사용 허용 적극 검토해야”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군의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빡빡하게 짜여 있는 교육훈련주기표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순휘 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년에 받는 교육훈련을 현행 2주기에서 1주기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타와 가혹행위 등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군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이는 소화하기 힘든 훈련 일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때 해소하지 못해 갈등이나 여러 가지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군대에서는 1년(52주) 동안 필수적으로 받아야 할 교육훈련 일정이 1주기와 2주기로 빡빡하게 짜여 있다. 그러다 보니 휴식은 물론 다음 훈련을 준비하거나 훈련을 마친 후 재정비할 시간 확보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체육대회 등 연중에 큰 행사라도 계획돼 있으면 하루에 할당된 훈련을 모두 소화한 뒤 밤에 시간을 따로 내서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빠듯하고 고된 훈련·일정의 연속은 병사뿐 아니라 간부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이들의 역할수행에 어려움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 생활은 개선되지 않았는데 사고 발생 시 간부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은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배 예비역 육군 중령은 “지금도 양형기준이라는 게 있어 군 간부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들의 책임을 더 강화하는 것은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이 쉴 틈 없이 이어지고, 비상상황 시 대기해야 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간부들이 병사들과 면담을 하고 문제를 발견했을 때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마음과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훈련주기를 개선하면 선임병이 후임병의 행동에 시비를 걸거나 낙오자가 생길 경우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가혹행위를 한 병사들의 경우 그 원인으로 후임의 행동이 느린 이유를 많이 꼽는다. 정재영 병영인권연대 대표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행동이 느리다고 해서 그게 구타의 원인이 될 수 있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많은 인원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고 연대책임을 져야 할 군에서는 이러한 게 충분히 미운털이 박히거나 눈에 거슬릴 만한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혹행위를 하는 또 다른 원인은 사회와 단절된 데서 오는 무료함, 심심함이다. 정 대표는 “자라오면서 핸드폰, 컴퓨터 등 많은 문명의 혜택을 누려온 20대 청년들에게 군대에 가서는 축구공 하나 던져주고 갈등 없이 지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 등을 청년들의 게임 중독 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기성세대의 편견이자 잘못된 분석이라고 꼬집었다. 1984년 15명이 사망한 총기난사 사건 등 대형사고가 컴퓨터 게임이 없던 과거에 오히려 났었다는 게 그 증거다. 이에 컴퓨터 게임을 평소 병사들 간에 친목을 다지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대표는 “국방부 인트라넷(전산망)에 인기 있는 시리즈물을 올려준다거나 컴퓨터를 통해 부대별 게임 대회를 여는 것은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전우애도 느낄 수 있는 좋은 오락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휴대폰 사용도 허용해 무료함을 줄이는 동시에 감시의 역할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정배 예비역 육군 중령도 “현실에서 이뤄지는 워 게임 훈련에 착안해 얼마든지 전투수행능력 배양에 도움이 되는 컴퓨터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훈련을 할 때는 강하게 하고 휴식할 때는 위계질서를 따지지 않고 확실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상급자가 솔선수범하고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환경 개선과 반복적인 계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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