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맥토 박종선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극단 맥토 박종선 대표 인터뷰

돈 대신 ‘역사 재조명’ 중점 둔 배우들의 자발적 동참 큰 힘 돼
제작 기회 또 주어진다면 독립운동 발상지 순회공연 늘리고파
공연 맡은 단체와 극단 바뀌어도 지원체계 끊임없이 이어가야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광복절이 껴 있는 8월, 유난히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는 한 사람. 그는 (사)한국연극협회 이사이자 극단 맥토 박종선(60) 대표다. 박 대표는 지난해 의미 있는 소중한 한 해를 보냈다.

일제강점기 독립을 갈망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는 그다. 하지만 박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자긍심 이면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뮤지컬 한편 제작비만 10억인데…”

박 대표는 지난해 말 세 편의 독립운동사 연극공연의 총 예술 감독을 맡았다. 이 공연은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3 독립운동사 연극공연시리즈’로 작년 10월 31부터 12월 14일까지 서울지역과 용인, 풍기, 천안지역에서 공연됐다. 공연은 <샘이 깊은 물> <해를 쏜 소년> <불령선인-잊혀진사람들> 세 작품이었다.

박 대표는 “독립운동사 연극공연은 올바른 역사 이해와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관련 소재를 무대에 올려 국내외 관객들에게 근대민족사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샘이 깊은 물>은 일제강점기 속에서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어학회’의 자랑스러운 선열들이 ‘조선말 큰 사전’ 편찬에 착수하는 모습을 그렸고, <해를 쓴 소년>은 일제 말 경성방송국을 배경으로 일제에 대항했던 방송인들의 숨은 이야기를 다뤘다.

일제강점기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경찰과 400대 1 총격전을 벌였던 독립열사 ‘김상옥’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불령선인-잊혀진사람들>까지 박 대표에게는 세 작품 모두 소중한 보물이 됐다.

그는 “이들 작품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잊고 지낸 역사가 있었음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그와 함께 사명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근대역사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는 이 시대에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관객들에게 우리의 지난 역사를 확실히 알려주고 기억할 기회가 될 수 있음에 힘이 났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또한 독립운동 지역 및 관광 지역과 연계해 공연을 개최해 공연예술이 관광자원 문화콘텐츠로 활용되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평가했다. 특히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를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 관객들에게 근대민족사 공연예술에 대한 재미와 예술성을 충족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공연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보통 뮤지컬 한편을 제작하는데 10억씩 한다”며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액수로 극장 대관, 배우 섭외 등 세 작품을 만들려니 힘든 점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애국심을 갖게 하는 문화콘텐츠 사업에 정부의 지원이 열악한 데 대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스태프가 보수에 연연하지 않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탄압을 받았던 독립운동가들, 어찌 보면 민족의 한인데 돈보다 당시 역사를 재조명하는데 의미를 둬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기에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박 대표가 크게 아쉬워하는 부분은 그나마 지원되는 예산마저 올해는 없다는 점이다. 독립운동사 관련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예산편성이 안 된 것이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박 대표는 “정부의 지원 명목이 바뀐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시 공연 허가를 신청하려고 보니 타이틀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게다가 문광부가 후원은 하지만 공연을 맡는 극단이나 단체가 매년 바뀌는 방식이어서 지속적인 사업이 되지 못해 이전 공연과 차별화되고 발전한 공연을 선보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른 단체나 극단이 돌아가면서 맡아서 하는 것도 좋지만 지원 체계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행 목적으로 ‘아이돌 영입’ 지양해야

박 대표는 부모님의 강한 반대 속에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며 연극계로 발을 들였다. 배우의 길을 ‘딴따라’라는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던 박 대표의 부모님은 그가 전기공학과에 진학하길 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부모님 몰래 시험을 쳐 입학한 후에 어렵게 허락을 받은 후 연극계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후 그는 수많은 작품을 접하며 배우로서, 기획과 연출가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이 계통에서는 그의 이름 석 자를 대면 웬만한 사람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특히 그는 90년대 초반에 약 1년에 걸쳐 뉴욕연수를 통해 세계 선진 문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표에게도 크고 작은 시련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3년 제작비 4억여 원을 들여 ‘동숭동연가2’란 작품을 냈지만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배우와 스태프에게 개런티 지급을 위해 당시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옮기기는 아픔을 겪였다.

박 대표는 “내가 처음부터 아파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을 하면서 구축한 것”이라면서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오죽하면 뮤지컬과 연극하는 사람을 흔히 하는 말로 ‘맨날 백수’라고 하겠는가”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그는 2005년 김해문화의전당 예술사업실장 및 예술감독을 역임하면서 지역의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당시 대관공연을 맡아 29개의 공연을 35일간에 치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박 대표는 우리나라 연극 뮤지컬 분야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연극 뮤지컬 분야가 흥행을 목적으로 아이돌을 영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작품 자체가 뛰어나서 매진되면 상관없지만 아이돌의 명성을 힘입어 흥행을 목적으로 한다는 게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운데 개인의 실력이 부족한 경우 전체 앙상블의 호흡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1989년부터 세종문화회관 뮤지컬단의 지도단원으로 연기지도와 작품연출 업무를 맡아 2000년까지 활동했다. 또 세계연극협회, 한국뮤지컬협회, 한일연극교류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등의 문화기관에서 이사직을 맡아 일해 왔다. 또 2011년에는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에 선임돼 공연사업 및 예술단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출작은 연극 ‘수요일은 언제나’ ‘아담과 이브’ ‘햄릿’ ‘신의 아그네스’와 뮤지컬 ‘이춘풍전’ ‘그리스’ 등이 있다. 김 대표는 1998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제5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을 받았다.
 

▲  극단 맥토 박종선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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