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을 내세웠던 정부의 무능한 구조 시스템과 운용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국치(國恥)적 사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 변한 것은 없다. 굳이 있다면 한순간에 환난을 맞게 된 유가족들이 아직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는 현실이고, 삶의 현장에서 안전보장에 대한 국민 불안 심리와 불편이 여전하다는 점과 그 충격파가 우리 사회의 경제 전반에 덮침으로써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번져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16일 청천벽력 같은 대참사 발생 후 정부와 국회는 국민안전에 관한 특별대책을 수립해 다시는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대책이 강화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 등 일련의 조치를 6월까지 완비하도록 지시했고, 정치권에서도 국민안전을 위한 입법 조치 등을 완료해 그처럼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속절없이 세월만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해경과 소방방재청 폐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냈지만 아직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국민안전 문제를 집약하는 재난대비조직으로서 정부안의 문제점이 야당에 의해 이미 불거졌고, 그 밖에 국회가 별도로 추진하도록 돼 있는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도 걸림돌이다. 가까스로 여야 원내대표가 기본사항엔 합의했지만 세부적으로는 다음 주에 열릴 세월호국조특위의 청문회 증인 채택이 여야 미합의돼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가개혁과 공직혁신을 하겠다’고 정부가 공언했지만 국회에 발목이 잡혀 진척이 없고, 제도화의 실제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는 제스처만 요란하다.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싱크홀이 없도록 각종 방비책을 담보하고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국회는 아직도 정치적 공방에 매몰돼 샅바싸움 중이다. 사실상 연중무휴인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이 선출되고서 3개월이 지났지만 처리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다. 여당에게는 큰 정치의 아량이 보이지 않고, 야당 또한 합리적 선명성이 부족한 게 정치 현실이니 잘난 선량(善良) 덕에 국민만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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