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른바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누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올 선수단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주최 측의 도리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절대적인 것이다. 판문점에서의 제1차 실무접촉은 북한이 뛰쳐나가는 바람에 깨졌다. 결렬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주최 측의 도리가 아니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보는 나라는 없다. 그러면 비정상을 누가 정상으로 이끌어야 하는가. 바로 정상 중의 정상인 우리 한국이 이끌고 통일로 가야 하는 것이 역사의 소명이다. 제1차 실무접촉의 결렬 원인은 툭 터놓고 말해 돈이다. 북한은 ‘편의제공’을 요구했는데 북한에서 편의제공은 숙식과 교통비 등 체제비용 대부분을 부담해 달라는 것이다. 모름지기 북한은 ‘고려항공’과 ‘만경봉호’에 오는 기름만 넣고 와서 갈 때는 가득 채워달라고 할 것이다.

자, 그러면 다시 제2차 남북실무접촉을 제안하면서 우리는 이런 요구를 내놓아 보자. 좋다. 모두 오라. 700명이든 1000명이든 모두 오라. 편의제공 한다. 대신 숙소는 이산가족 상봉의 애환이 담겨져 있는 서울 워커힐 호텔로 하자. 리무진으로 정중하게 모실 테니 지각 걱정 하지 말라. 또 한 가지 더, 선수단과 미녀응원단이 대회가 끝나면 우리의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을 관광하고 돌아가라.

너무 부담스러운 요구일까. 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김정은 제1비서의 큰 통에 비하면 너무 헤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한류의 열풍은 대한민국의 가장 위력한 비대칭전력이다. 그 힘은 핵무기 열 개보다 무서운 것이다. 마침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우리 땅을 찾아온다는데 이보다 더 좋은 한류주입의 기회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수백만 장의 삐라를 우리는 한꺼번에 북한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

남북한의 통합수준이 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8일 발표한 ‘2014 남북통합지수 보고서’에서 지난해 남북한의 통합지수가 1000점 만점에 190.9점, 백분율로는 19.1%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2012년에 비해 6.7점, 0.7%p 하락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지수의 하락세는 2008년 214.2점에서 시작돼 2011년 195.6점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200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분야로 세분되는 남북통합지수는 남북관계 관련 통계자료, 남한주민과 탈북자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산출한 것이다. 지난해 정치 영역 남북통합지수는 46.75점으로 2012년의 49.2점보다 2.4점, 경제 통합지수는 63점으로 4.3점 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문화 통합지수는 81.1점으로 2012년 수준을 유지했다. 통합지수 하락의 원인으로는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의 일시 폐쇄, 이산가족상봉 무산, 장성택 부장 처형 등이 지적됐다. 그러나 북한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4년 통합지수도 역시 상반기의 남북관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상승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북한이 9월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한 점과 박근혜 정부가 최근 출범시킨 통일준비위원회가 하반기에 남북 간 경제협력과 대북지원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다.

연구원은 통합지수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접촉과 교류, 협력 공간이 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을 슬로건으로 내건 정부다. 엊그제는 통일준비위원회도 발표했다. 통일은 누구하고 하는지 애매모호한 입장을 정부가 버리지 못한다면 모두 공염불이 될 수 있다. 통일은 북한하고 하는 것이지 여기 서울의 엘리트들 붙들고 하는 ‘내부작업’이 아니다. 우리 5천 년 민족사에서 오늘의 남북통일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권이 완성하느냐에 따라 그 정권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나서 탄식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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