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윤일병 사건 관련 긴급 2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결정적인 사망 원인은 ‘구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윤 일병의 사인이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따른 뇌손상’이라고 밝힌 군 당국의 설명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군 검찰의 수사기록 1200쪽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드러나지 않은 여죄와 의문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우선 윤 일병의 사인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가해자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고 이어 의식소실에 의한 기도폐쇄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피고인들의 진술을 그 근거로 들었다. 임 소장은 “사건 당일 윤 일병은 주범 이모 병장에게 머리를 수차례 맞은 뒤 갑자기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애원했고 물을 마시러 가다가 오줌을 싼 후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며 “이러한 증상은 흔히 뇌진탕이라고 부르는 경증 외상성 뇌손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소견”이라고 말했다.

즉 ‘질식사’라는 직접적인 사인 이전에 ‘뇌손상에 의한 의식소실’이라는 선행사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또 물을 마시러 가는 도중 윤 일병이 “오줌”이라는 단어를 웅얼거렸다는 피고인 진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물에 의한 기도폐쇄 환자 중 의식이 있더라도 대부분 숨쉬기가 힘들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

군인권센터는 “이러한 정황은 가해자들의 구타 행위와 윤 일병의 사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시점과 가해자들의 심폐소생술 여부에 대해서도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윤 일병은 지난 4월 6일 병원으로 이송된 뒤 다음 날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은 연천군보건의료원 내원 당시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며 “군 검찰관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가해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을 윤 일병에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죄 성립이 어렵다고 주장한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폐소생술 시점과 관련해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기도폐쇄환자라면 반드시 시행해야 할 하인리법을 시행하지 않았다”며 “단순한 업무상 과실인지, 피해자가 이미 의식을 잃어서 시행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가 사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인지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미필적 고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변인 진술도 추가로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목격자인 김모 일병은 4월 6일 밤 윤 일병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이 병장으로부터 “뇌사상태가 이어져서 이대로 윤 일병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말을 맞추자”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러한 정황들은 피고인들의 범죄를 규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공소사실임에도 검찰관 공소장에서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며 군 당국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윤 일병과 군 인권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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