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지 기자] “그려, 이년아! 나는 그 잘난 작가년 어미라서 잘 갖다가 붙인다. ? ?”

과부가 된 엄마와 이제는 노처녀가 돼 버린 시인이 옥닥복닥 살아가는 일상은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충청도 사투리만큼 구수하고 걸쭉하다. 산문집 제목 역시 과부 엄마가 노처녀 딸에게 던진 한마디.

첫 페이지에서부터 가차 없이 뱉어내는 과부 엄마의 욕은 그야말로 촌철살인.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의 마음 경계를 단숨에 해제해 웃음 짓게 만든다. 그 욕이 상스럽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박경희의 능청스럽고 생생한 입담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욕은 과부 엄마와 노처녀 딸 사이, 혹인 등장인물 간에 형성돼 있는 단단한 애착관계를 드러내는 매개체면서 책의 재미를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고 단지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사부곡, 극진한 사랑을 보여줬던 지아비를 향한 그리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는 모녀의 애정, 거칠어 보여도 속은 따뜻한 시골 사람들의 일상 등이 저자 특유의 경쾌하면서 감성 어린 문장으로 표현돼 감동을 선사한다.

 

박경희 지음 / 서랍의날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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