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한 지 120년이 되는 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반외세의 기치를 들고 일어난 민중항쟁인 동학농민혁명은 근현대사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동학(천도교)의 사상과 교단을 중심으로 수많은 민중이 뜻을 함께하며 나라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조선 말 당시 만연했던 불평등 의식을 깨뜨리고 인간 존엄성 회복과 자유민주화 사상 그리고 외세로부터의 나라를 지키려는 정신은 이후 3.1운동으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봉준 장군과 함께 동학농민군을 이끌던 김덕명 장군의 후손인 김석태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을 만나 오늘날 이 시대가 이어받을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사상을 들어봤다.

 

▲ 김석태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릴레이 인터뷰③ - 김석태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

동학혁명 정신 잇는 유족회·천도교·기념재단 손잡아야
자랑스러운 역사… 미래세대에 올바로 전하는데 힘쓸 것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석태 회장의 증조부인 김덕명 장군은 동학농민군 2인자로 알려질 정도로 핵심 요직에서 농민군을 이끌었다. 김 회장은 어릴 적에 할아버지(김홍구)를 통해 증조부와 동학농민군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몇 안 되는 후손이다. 그는 혁명의 핵심 계층인 농민들이 꿈꾼 세상은 하늘 아래 만인이 평등한 세상이었다고 한다. 당시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고, 천대받은 무지렁이 농민들은 양반, 상놈이 따로 없고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다고 한다.

사람을 하늘같이 섬겨야 한다는 교리를내세운 동학은 민초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백성들은 동학교도와 함께했다. 그들은 신분제를 폐지하지 않고 서는 당시 심각한 사회구조의 폐해를 없앨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차별없는 세상 꿈꾸다”

김석태 회장은 “인간이 인간답게 대접받는 삶의 희망을 꿈꾼 농민들이 혁명의 불씨를 지피고, 세상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동학농민혁명의 기치는 평등과 자주다. 농민군이 가장 우선으로 철폐하고자 했던 것도 신분제 폐지였다. 다시 말해 신분 해방이다. 김 회장은 “조선 말 부정과 부패가 극심했다. 탐관오리들의 가혹한 세금 추징은 농민들의 고혈까지 빨아먹는 착취였다”며 “농민들은 신분·남녀노소·빈부 등에 관계없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혁명의 선봉에 섰다”고 말했다.

동학농민군은 1894년 4월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성을 점령한다. 주민자치기구인 집강소의 총본산이 전라감사 집무실인 선화당에 설치하게 된다. 그러하나 결과적으로 혁명은 실패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를 이야기하면서 “일제에 의해 실패로 끝났지만 혁명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유적지 관리 정부지원 절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는 올해는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설립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유족회는 전국화, 세계화, 미래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학혁명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혁명은 국지적인 사건이 아니었으며, 일부 지역을 빼고 전국에서 일어났다. 정읍, 고창,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곳곳에 동학혁명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고,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0주년 기념사업은 전국 20여 개 기념사업회와 지자체 등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 회장은 “정읍이나 고창 등 지자체가 동학혁명 관련 기념행사를 하고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체와 조직이 너무나 많아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유족회와 천도교, 기념재단 등이 손잡고 중심이 돼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교류하고 소통해서 기념일과 행사 등을 추진하고 국민과 젊은 세대들에게 동학혁명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동학혁명 유적지 관리에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유적지의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따르면 총 353건 동학혁명의 유적지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74건만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279건은 등록이 안 돼 관리가 소홀하고 방치돼 있다.

또 그는 “독일농민혁명, 프랑스시민혁명, 중국태평천국농민혁명 등의 세계적인 농민(시민)혁명과 같이 동학혁명을 알려나갈 것”이라며 “그리고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이 동학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유족회가 뒷받침하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 지금 많은 이가 연구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유족회가 이러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난이다. 모든 재정은 회원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여기에 동학농민군 2·3·4세대의 관심 또한 적다. 회원 대부분이 70~80세이다 보니 사업추진에 애로점도 많다.

김 회장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유족회를 통해 계승되고 있다. 앞으로도 유족회에서 혁명의 사상을 미래세대에게 올바로 전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농민혁명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정부와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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