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들은 사랑으로 아이를 키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욕구보다는 아이의 욕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그 결과 헌신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엄마도 사람이다. 그리고 성인군자도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심한 폭언이나 체벌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육아 우울증에 이를 수 있다. 육아 우울증에 걸리면 더욱 더 짜증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아이와 엄마 모두 더 큰 상처를 입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육아 우울증은 말 그대로 육아에 대한 과도한 부담과 책임이 엄마의 마음을 힘들게 하여 생기는 것이다.

육아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경우는 ①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남편이 자신을 지지해 주고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지 못할 때 ② 아이의 기질이 매우 까다롭거나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가 있어서 엄마가 아이 키우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할 때 ③ 시댁과의 갈등이 있을 때 ④ 경제적 어려움으로 육아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 한다고 느낄 때 ⑤ 출산 전에는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다가 출산 후에는 아이 키우는 것에만 매달리게 돼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올 때 등이다. 따라서 엄마는 육아 우울증에 걸리기 않게끔 늘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보다도 나의 감정 상태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아이가 보기 싫을 때는 친정엄마나 베이비시터 등 대신 아이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인다.

둘째, 아이에게 짜증이 날 때는 우선 아이와 잠깐 떨어져서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짜증을 가라앉힌 후에 아이를 다시 보도록 한다.

셋째, 사회적 활동을 중지해 자존감이 손상된 경우에는 인터넷이나 잡지 등을 열심히 보아서 주변의 사회적 정보를 얻어 이후의 사회적 활동에 대비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 보도록 한다.

넷째, 아이를 잘 챙겨주지 못할 때는 알람시계나 일일생활 기록표 등을 이용해 주의를 환기시킨다.

다섯째, 남편과의 갈등이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데 매일 15분에서 30분씩 대화를 나누고 주말에는 반드시 가족이 함께 지내며 남편이 육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섯째, 아이와 자주 목욕을 해서 상쾌한 기분을 유지하고 스킨십을 형성한다. 일곱째, 평소에 적절한 운동 또는 취미 활동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유지한다. 특히 아이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예를 들어 TV 시청, 독서, 비디오 보기, 인터넷 등)을 하도록 한다.

일곱째, 평소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한다. 또한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잃지 않는다. 여덟째, 주변에 대화할 사람을 많이 가지도록 하며, 실제로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이 좋다.

만일 육아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한 후 꾸준하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우울증은 나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이 앓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내 성격이 잘못되었거나 또는 벌을 받아서 우울증이 생긴 것이 아니라 우울증도 그저 하나의 의학적 질병일 뿐이다’라고 생각하자. 또한 우울증의 치료를 인생에서 겪게 되는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가지도록 한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을 취해 신체도 잘 치료되도록 하고, 가능한 한 햇볕을 많이 쪼이도록 한다. 또한 실내의 채광도 너무 어둡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도록 하라.

억지로 다른 사람과 대화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화는 나중에 마음으로부터 내키면 할 수 있다. 우울증에 관한 서적, 인터넷 등을 통해 우울증이라는 질환에 대해서 잘 알도록 한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만일 중요하게 내려야 할 결정이 있다면 그것은 우울증이 회복된 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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