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정녕 우리 국군의 도덕성이 이것밖에 안된단 말인가. 전쟁도 아닌 평시에 우리 병사들이 아군의 총에 맞아죽고 전우의 주먹에 쓰러져 죽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런 현상을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대관절 대한민국의 국군을 지휘하고 있는 장군들은 이 비극적이고 퇴행적인 사태 앞에서 무슨 낯으로 별들을 잔뜩 어깨에 얹고 으스대고 있는가. 3군 총장을 비롯한 육해공군의 모든 장군들이여, 별을 하나씩 내려놓기 바란다. 그것으로 이 비극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반성하라. 이런 국군을 우리 국민들은 통일의 선봉대로 인정할 수 없다.

태초에 인간은 전쟁을 위해 군대를 만들었지만 오늘 우리 국군은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수호하고 통일대업을 이룩해야 하는 사명이 우리 군에 맡겨져 있다. 그런데 군대 안에서조차 평화가 유린당하고 있는 이 사태 앞에 당국은 안절부절할 뿐이다. 이런 때 대통령이 대통령령을 내려 전군의 장군들을 한 계급 강등시키는 과감한 결단과 조치를 국민 앞에 보여줄 수는 없을까. 김정은의 ‘계급장정치’는 개그지만 우리 대통령의 계급장정치는 온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을 것이다.

단순 폭행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졌던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윤모(23) 일병의 죽음이 선임병들의 잔인하고 지속적인 가혹 행위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분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육군은 추가 기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용한 육군 공보과장은 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이 윤 일병의 멍든 부분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면서 성기에는 윤 일병 스스로 바르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터넷과 SNS 등에서는 “가해자들의 폭행 정도를 보면 윤 일병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등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윤 일병은 지난 2월 육군 28사단 의무병으로 배치받았다. 그는 배치 후 이 병장 등 선임병 4명으로부터 매일같이 구타를 당했다. 이 병장 등은 “대답이 느리다”며 마대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윤 일병을 때렸다.

의무병인 이 병장 등은 연이은 폭행으로 윤 일병이 힘들어하면 링거 수액을 주사했다. 윤 일병이 기운을 차리면 폭행을 계속했다. 윤 일병이 사망한 4월 6일에는 전날 밤부터 구타가 이어졌다. 5일 오후 9시 45분 무렵 이 병장은 윤 일병을 4시간 넘게 폭행했다.

오전 10시쯤 이 병장은 침대 아래쪽에 가래침을 두 차례 뱉으면서 이를 윤 일병에게 핥아먹게 했다. 오후 3시 30분에는 냉동식품을 함께 먹다 ‘쩝쩝거린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가슴과 턱·뺨을 때렸다. 음식물이 튀어나오자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먹게 했다. 이후 이들은 윤 일병의 정수리 부분과 배 부위를 때리고 엎드려 뻗쳐를 시킨 상태에서 폭행을 이어갔다. 오줌을 지리며 쓰러진 윤 일병은 결국 4월 7일 사망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육군의 대책이란 게 어떤 것이었는가. 관계자들의 사건전말 조사 발표에 이어 책임자들은 책임회피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육군은 권오성 참모총장 명의로 ‘구타·가혹행위 및 언어폭력 발본색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반명령을 하달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먹칠을 하고, 군격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세기말적인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 앞에서 겨우 참모총장이 이런 대책이나 내놓고 있으니 과연 달라질게 뭐가 있겠는가.

군대의 인권유린은 우리 국군의 수치이며 비극이다. 북한군에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군은 중대에까지 정치군관을 두고 구타와 인권유린을 방지하고 있다. 대만군에도 정치작전장교가 인권과 군인들의 생활을 별도로 지휘함으로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는다. 국군의 장군들은 모두 별을 하나씩 내려놓은 것으로 이번 사건 앞에 사죄하고 국군 도덕성의 환골탈태를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 장군들의 어께에 빛나는 그 별은 그들만의 명예가 아닌 국군 모두의 명예이고 위신이다. 장군들이 별을 달고 권위의 정상을 누릴 때 병사들은 저들끼리 ‘보이지 않는 살육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분명 국군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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