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겐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남 순천·곡성이 굳게 닫았던 문을 열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은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치의 숙원인 지역구도 타파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풀어야 할 과제는 이를 어떻게 정치 문화의 흐름으로 발전시켜나가느냐는 것이다.

영·호남으로 갈라진 지역감정과 지역구도는 한국 정치사에 뿌리 깊게 내려온 병폐 중 하나였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이 전남 지역에서 지역구 의원을 배출한 것은 지난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무려 26년 만에 여권 후보에게 지역구를 허락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이정현 당선인 사례 하나로 지역주의 정서가 완전히 무너졌다고는 볼 수 없다. 호남 지역에서의 불리함을 이 당선인 개인기로 돌파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고향인 곡성에서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중앙당의 지원을 거부한 채 홀로 지역민을 만나면서 바닥 표심을 다졌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맞서 ‘예산 폭탄론’과 ‘지역 개발론’으로 승부를 건 것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이라는 정당보다는 이정현 당선인 개인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구도 타파는 하나의 정치 문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선거로 뽑은 이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고, 투표로 심판하는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후보자나 정당의 공과와 상관없이 지역정서에 기반해 투표한다면 거수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유권자가 다시 뽑아준다면 누가 그 지역의 발전에 공을 들이겠는가. 정치권도 순천·곡성 사례를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역정서에 기댄 채 정치적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언제든지 민심의 냉혹한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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