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kg 달하는 화재 진압 장비, 근골격계 부담
100명 중 6명만 유해 물질 방지 화학복 갖춰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소방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소방관 A씨는 2006년 상수도 파열현장에 출동했다가 목뼈를 다쳤다. 그는 사고 당시 등과 목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현장 수습을 계속 해야 했다. 이후 A씨는 경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으로 수술을 받았다.

수원지법은 “화재 진압 시 1인당 보통 35~40kg에 달하는 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진압 작전도 대부분 붕괴한 건물 자재를 치우거나 구조자를 업고 탈출하는 등 근골격계에 부담이 가는 것”이라며 “A씨가 사고 후에도 이런 작업을 계속해 증세가 악화된 점을 고려해 국가 유공자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또 “외근직 소방관은 주 84시간 이상 근무하고, 잦은 야근과 과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업무 중 빈번하게 사고에 노출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27일 서울고법은 면역 질환인 골수이형성증후군에 걸린 소방관 B씨에 대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낡은 화재 장비의 현실을 지적했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같은 혈액세포의 수가 줄어들고 그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2년 10월 기준 전국 194개 소방서가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갖춘 화학복은 2323벌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소방관 수인 3만 5090명의 6.6%에 불과한 수치다. 그 중 사용 가능 연수가 지난 것이 1365벌에 달했다.

또한 소방관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는 눈·코·입 등의 호흡기만을보호하기 때문에 목이나 머리카락 부분 등은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한편 소방공무원 단체인 소방발전협의회는 지난 6월 7~11일, 7월 14~26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지난 17일에는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유실방지 항공수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강원도 소방본부 제1항공대 소속 헬기가 추락해 타고 있던 소방관 5명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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