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한마디로 충격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가르지 못한 여야가 이번 7.30 재보선에선 화끈한 승부를 가렸다. 11대 4, 아마 이 정도의 승패를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외견상의 승부도 승부지만 그 내용을 보면 더 충격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손학규 고문이 정치 초년생에게 완패를 당하는가 하면,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간판으로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에게 완승을 거뒀다. 민주화 이후 선거정치에서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 그만큼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아주 비판적이고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대목은 수치상의 선거 패배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본질적이라는 점에서 더 뼈아픈 대목이다.

지도부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예상대로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났다. 그러나 두 공동대표의 진퇴가 핵심이 아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들 뭔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친노 지도부가 들어서도, 486세대의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당의 구심체’가 빈곤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각 정파가 그때그때 동상이몽을 하면서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임시지도체제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 보니 당 지도부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고 당내 인사들도 그런 지도부를 믿고 따라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저 차기 총선까지 그런대로 버티다가 다시 공천을 받아서 당선만 되면 그만이다는 생각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허약한 지도부가 당을 운영하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된 전략이나 대책이 나올 리 없다. 이런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새누리당이 어떤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하는지 뻔하다.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 비단 이번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만 탓할 일도 아니다. 지난 총선 때나, 지난 대선 때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리더십 공백 속에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속된 말로 콩가루 같은 모습일 뿐이다.

이제 새정치연합은 상당기간 큰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다. 다시 당을 일으켜 세울 동력도, 인물도 빈곤하다. 게다가 다음 총선까지는 아직도 2년여의 기간이 남아 있다. 그 때까지 지금의 이런 모습으로 시간만 보낼 것인가. 이제는 ‘사즉생’의 결단을 해야 한다. 스스로 그들의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이를테면 최소한 절반 정도의 현역 의원들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각오해야 한다. 그런 진정성 있는 혁신의 바탕위에서 강력한 지도체제를 구축해야 말이 된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행동으로 뼈를 깎는 결단, 그런 결단 위에서만 혁신이 혁신답고 말 한마디에도 진정성이 묻어날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