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교로의 개종을 거부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풀려난 수단 여성 미리암 이브라힘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제공한 비행기가 24일(현지시각) 로마 외곽 참피노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이브라힘이 딸 마야를 안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그 옆에는 라포 피스텔리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이 이브라힘의 아들을 안고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로마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신앙지켜 고맙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풀려난 수단 여성 미리암 이브라힘(Meriam Ibrahim, 27)이 수단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릴리져스뉴스서비스가 보도했다.

이 언론은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이브라힘이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브라힘은 “화학자인 나의 남편이 이번 사건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 우리는 남편의 동생 가브리엘이 있는 미국 뉴햄프셔로 떠날 것이며, 그곳에서 도움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브라힘의 남편 다니엘 와니(Daniel Wani)는 미국 시민권자이다.

이브라힘 가족의 로마행은 지난 24일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비밀리에 추진됐다. 이브라힘은 이날 오전 이탈리아 정부가 제공한 항공편으로 로마 치암피노 공항에 도착해 라포 피스텔리 이탈리아 외교차관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TV로 방송됐다.

이들 가족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도 이루어졌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영빈관에서 이브라힘을 약 30분간 만나 신앙을 지켰음을 고마워했다고 교황청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이 전했다.

교황은 이 만남이 “신앙을 지키고 실천함으로써 핍박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다는 신호이자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월 수단 정부는 이브라힘이 미국 국적의 크리스천 남성과 결혼하고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태장 100대와 사형 선고를 내려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브라힘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으로 컸다고 밝혔다. 당시 만삭의 몸으로 투옥된 이브라힘은 교도소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앰네스티 등 국제사회가 이브라힘의 사형 선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100만 명이 넘게 서명하자 수단 상급법원은 사형 선고를 철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브라힘의 가족은 수단을 떠나려 시도했다가 ‘위조 서류’를 이유로 삼은 수단 당국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 하르툼 미국 대사관에 머물며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던 이들 가족은 이번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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