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칼럼니스트·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제자리다. 잇단 인사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 브레인 가운데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인사가 없는 것도 지지도를 회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귀머거리인양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과연 대통령을 위한 올바른 처신인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하더라도 공직 정년을 이미 훨씬 넘긴 노년의 나이다. 청와대가 무기력하고 노쇠한 이미지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은 아닌지. 대통령 주변에 보다 젊고 의욕적이며 대통령을 열정으로 보좌할 인사가 진정 없는 것인가.

적재적소 배치가 인사의 기본 원칙이다. 어느 자리건 그 자리에 맞는 적임자가 있다는 말이다.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대기자 문창극 씨를 총리로 기용하려한 것도 적재적소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오케스트라에서 컨덕터에 비유해도 좋을 것이다. 대통령을 대리해 각부 장관을 리드하는 국정의 베테랑 경험자여야 한다.

총리는 시·도지사나 각부 장관 혹은 행정경험이 있으며 정부 조직을 잘 이해하는 인사가 맡는 것이 능률적이다. 국가의 현실과 지향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애국심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총리라는 국가적 중요자리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언론인으로 글을 써온 문창극 씨가 총리라는 직책을 맡았더라면 많은 시간 학습이 필요했을 게다.

신문사는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기자들을 지휘하는 편집국장은 편집국 기자 출신만이 가능하다. 광고국이나 다른 부서의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과거 지방의 사이비 언론에서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아 지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편집경험이 없는 광고국장을 편집국장으로 임명하는 사주의 언론에 대한 무지가 신문의 위상을 망가뜨렸다.

모든 조직은 전문가(스페셜니스트)를 기용할 때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정부 인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논공행상으로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을 배치한다면 과거 정부의 인사 실패를 답습하는 길이다. 원전 비리로 국민을 분노케 한 제2, 제3의 비리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다. 정치권은 2~3년이나 뒤에 치러질 총·대선을 위한 전략에만 집중, 국민에게 권력다툼 인상만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나 국민을 위한 염려를 일말이라도 하고 있는지.

경제는 더욱 침체돼 성장이 둔화됐으며 아시아의 잠룡자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군의 군기와 사기마저 말이 아니다. 안전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 한중 친밀외교로 인한 동아시아에서의 갈등 조짐이 심화되고 북한은 연일 남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그치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볍법 제정을 둘러싼 야당과 유가족 측의 주장은 또 다른 국민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월남전에 참전, 고엽제로 일생을 고생하는 장본인과 가족에게도 똑같이 대우해줘야 한다고 울부짖고 있다. 대구 지하철, 각종 안전 항공기사고 희생자 가족도 들고 일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 운명이 걱정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인사를 제대로 해야 조직이 잘 굴러가고, 모든 일이 풀린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국정을 쇄신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부여할 책임이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 일수록 과감하고 준엄해야 하며 시폐를 혁신해야 한다. 우선 주변의 인사부터 쇄신해 ‘대한민국호(號)’ 희망의 돛을 올려야 한다. 국민의 박수를 받을만한 적절한 인사를 단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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