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몰랐던 사실이나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될 때, 놀라기도 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는 경우가 있다. 지난주 그를 만나면서 가졌던 시간이 그런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과 같은 천지일보에 고정적인 칼럼을 쓰고 있다는 인연으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1979년 북한군 부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서부전선을 통해 귀순한 안찬일 소장은 남한 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탈북자 1호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까지 한 성공한 탈북자 출신이다.

스포츠 기자 시절이던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 경기 취재를 위해 판문점을 넘어 평양에 다녀온 바 있는 필자는 오랜만에 만난 북한 출신인 그에게 북한 사회의 감추어진 속살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초 미국 프로농구 선수 코트의 악동데니스 로드맨의 방북 이야기였다. 로드맨에 관한 칼럼을 지난해 여러 번 쓴 바 있던 차에 더 깊숙한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관심을 갖고 물어봤던 것이다.

대부분 국내 언론들은 로드맨 방북 기사와 관련해 방북 일정과 공식 행사들에 관한 부분만을 다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하게 보도한 미국 언론과 큰 대조를 보였다. 로드맨의 방북 사건은 스포츠 기사로서는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은 정보 부족으로 인해 그 내막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안찬일 소장은 로드맨의 방북은 미국 NBA광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북한 외무성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북핵문제로 대외적인 이미지가 나쁜 북한의 국가 인지도를 높이고, 북한 사람들에게 미국의 인기 있는 스포츠 스타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을 좋아한다며 내부 우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큰돈을 주고 초청했다는 설명이었다. 도박 등 방탕벽으로 부인과 이혼하고 파산일보 직전이었던 로드맨에게 북한 방문은 돈을 벌 수 있고 미국 사람들에게 은둔의 왕국인 북한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로드맨 방북의 실체는 안찬일 소장의 구체적인 얘기로 그 윤곽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필자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로드맨의 방북 초청이 어떤 식으로 북한에서 이루어졌을까 몹시 궁금했다. 우리의 문화체육관광부격인 북한 체육위원회에 의해 초청이 됐을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하지만 비록 스포츠 차원의 행사이지만 로드먼 초청 건은 대외적인 교류 차원에서 국가의 중대 행사로 간주하고 북한 관료 사회의 엘리트 계층인 외무성 핵심 관계자들이 주도해서 진행했다는 게 안찬일 소장의 말이다.

국내 언론들은 북한 뉴스는 사실 그 자체로 보도를 할 경우, 남북 교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지켜봐왔던 만큼 전체적으로 남북 교류의 전체적인 틀에서 판단하고 의미 있는 기사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잘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내부가 워낙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까지 복합적인 맥락으로 연결돼 있어 좀처럼 속 내막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한때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밝혔다가 보류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바뀐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을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내보내면서 김 위원장이 아시안게임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의향을 밝혔다.

럭비공처럼 그때그때마다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태도는 그 속내막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 북한의 돌아가는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탈북자를 비롯한 다양한 대북 관계자들의 네트워크망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안찬일 소장의 귀중한 얘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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